현대제철(004020) 노동조합이 2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1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결렬되면서 벌인 총파업에 이어 두 번째다. 현대제철은 노조와 지난해 9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나, 성과급 등을 놓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그룹 내 최고 수준’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회사가 제시한 최종안인 기본급 450%에 정액 1000만원 성과급 지급안도 거부했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이같은 요구가 2021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2022년 임단협에서 다른 그룹사와 큰 차이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제철 노조는 이날 24시간 동안 충남 당진제철소 총파업과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는 사측이 실무 협상에서 추가안 제시를 약속했으나, 이를 어겼다며 총파업을 결정했다.
노조의 지속적인 파업으로 현대제철의 피해는 커질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노조 파업으로 냉연 부문에서 27만톤(t)의 생산 손실이 일어나 약 254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냉연 생산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재고로 공급 차질은 없는 상황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상공정인 산세 압연 설비(PL/TCM·Pickling Line/Tandem Cold Mill)에 대한 노조의 파업으로 창사 이래 첫 직장폐쇄를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11일 직장폐쇄를 16일 만에 해제하고 노조도 부분 파업을 철회하면서 임단협 타결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노조는 PL/TCM과 하공정인 연속용융아연도금강판 생산 라인(CGL·Continuous Galvanizing Line)에서 번갈아가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년 넘게 지속하는 현대제철 노사 갈등의 원인이 2022년 임단협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제철은 2021년에 전년 대비 28% 증가한 19조991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조2998억원으로 5421%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2%에 달했다. 현대제철은 이를 토대로 2022년 임단협에서 기본급 300%에 정액 1330만원의 성과급 지급안에 합의했다.
현대차(005380) 노사는 2022년에 기본급 200% 성과급에 정액 550만원, 기본급 100% 격려금, 주식 20주 등에 합의했다. 당시 현대차 주식 20주는 약 380만원이었다. 당시 현대제철 임단협 합의안과 약 400만원 차이인데, 현대차는 2022년 특별격려금 명목으로 전 직원에 400만원을 지급했다. 당시 현대차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55조60051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6616억원으로 14%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1.5%에 불과했다.
현대차가 특별격려금을 지급하자 현대제철 노조는 똑같은 특별격려금을 지급하라며 당진제철소 사장실 등 공장장실을 점거하고 부분 파업을 벌였다. 현대트랜시스 노조 역시 특별격려금 지급을 요구했다.
2023년 임단협에서는 현대제철이 정액 3000만원, 현대차가 기본급 400%에 정액 1050만원, 주식 15주 등에 각각 합의했다. 현대차그룹은 영업이익률로 성과를 평가하는데, 기준이 된 2022년 현대제철의 영업이익률은 6.2%, 현대차는 4.3%였다.
이후 철강 업계는 업황 부진에 빠졌고, 현대제철은 2023년에 전년 대비 9% 감소한 21조6094억원의 매출액과 56% 감소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현대차는 2023년에 전년 대비 19.5% 증가한 78조338억원의 매출액, 136% 증가한 6조67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제철과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3.0%, 8.5%였다.
현대차는 2024년 임단협에서 기본급 500%에 정액 1800만원, 주식 25주의 성과급안에 합의했다. 현대제철이 제시한 안보다 최소 1470만원 많은 금액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사측 제안을 거부하고 그룹 내 최고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았던 시기에는 현대차와 성과급이 비슷하고, 실적이 안 좋을 때 차이가 크니 불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