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창업주 5세들이 국내외 지주사, 계열사를 오가면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대학 졸업 이후 회사 밖에서 경력을 쌓은 1994년생 동갑내기 박상수 수석과 박상우 수석은 비슷한 시기 그룹에 입사해 차근차근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상수 수석은 최근 지주사 ㈜두산에서 두산밥캣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2023년 9월부터 ㈜두산 CSO 신산업전략팀에서 1년 넘게 근무해 온 박상수 수석은 현재 두산밥캣 CSO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팀에서 일하고 있다. 소속이 바뀌면서 서울 중구 사옥이 아닌 분당 사옥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상수(왼쪽) 수석과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의 장남 박상우(오른쪽) 수석. /두산그룹 제공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의 장남인 박상우 수석은 박상수 수석이 떠난 지주사로 왔다. 박상우 수석은 두산퓨얼셀 미국법인인 하이엑시엄에서 파트장으로 근무해 왔다. 지주사로 발령이 나면서 미국 코네티컷주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와 서울 중구 사옥으로 출퇴근 중이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의 두 아들(박서원 전 두산매거진 대표, 박재원 전 두산중공업 상무)과 ㄱ비교하면 박상수, 박상우 수석은 비교적 체계적인 경영 수업을 받으면서 승계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23년 회사 직급 개편으로 과·차·부장을 수석으로 통일한 덕에 회사 안팎에서 주목도가 덜한 효과도 누리고 있다.

박용만 전 회장의 경우 회장 임기(2012~2016년)가 여유롭지 않았던 만큼, 두 아들이 사내 경험을 충분히 쌓기 전에 승진을 서두른 경향이 있었다. 박재원 전 상무는 2013년 말 입사해 1년도 되지 않아 과장, 차장을 거쳐 부장으로 승진했다. 박서원 전 대표는 2014년 두산 계열 광고회사 오리콤에서 일하다 단번에 임원으로 그룹에 합류했다.

박상우(왼쪽 동그라미) 수석이 지난 2024년 1월 10일(현지 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CES 2024에서 박정원(오른쪽 첫번째) 두산그룹 회장과 박지원(오른쪽 두번째) 부회장과 함께 두산 부스를 찾았다. /두산그룹 제공

박상수, 박상우 수석은 박정원 회장·박지원 부회장 체제가 견고하고, 외부에서도 경력을 착실히 쌓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회사 상황을 파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정원 회장의 이사회 의장 임기는 2027년까지로 2016년 회장직 취임 후 햇수로 보면 11년이다. 지난 1996년 두산의 ‘형제경영’이 본격화한 후 가장 오랜 기간 그룹을 이끄는 회장이다.

박상수 수석은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지내다가 귀국해 그룹 입사 전까지 한국투자증권 반도체 애널리스트로 약 3년을 근무했다.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박상우 수석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컨설턴트로 약 3년 근무하다 하이엑시엄 파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주사 합류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주로 지낸 박상우 수석과 달리 대부분 서울에서 지낸 박상수 수석은 그룹에 합류하기 전 한국투자증권에서도 재벌 자제로 주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에 입사해 중구 사옥에서 근무할 때는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조용히 지냈지만, 임직원들 사이에선 외모를 비롯한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예의 바르다는 평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