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던리비(Dunleavy)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가 오는 24~25일 한국을 방문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 측 투자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대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투자 의사를 속속 밝히면서 한국 정부와 기업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21일 통상 당국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던리비 주지사는 방한 기간 정부 당국자와 국내 에너지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던리비 주지사와 주정부 관계자들은 19일 아시아 순방을 시작해 30일까지 대만·태국·한국·일본을 차례로 방문한다. 알래스카 LNG의 경제적·전략적 경쟁우위를 설명하고 투자를 유도할 예정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최북단 노스슬로프 가스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1287㎞에 달하는 가스관을 통해 태평양과 접한 남쪽 앵커리지 인근 니키스키로 보내 액화 후 아시아 지역에 수출하는 계획을 말한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 함께 세계 3대 LNG 수입국 중 하나다. 트럼프 정부는 한·일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가 가스관 건설 자금을 대고 수입까지 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현재 미국산 LNG를 수입할 때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면 3~4주가 걸리는 반면, 알래스카를 통하면 수송 기간을 1주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사업비는 440억달러(약 63조원)로 거론되고 있으나, 트럼프 정부가 철강 등 건설 원자재에 관세를 부과한 여파로 사업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달 말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한국 기업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상·하원 합동 연설 중 한·일 등이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사업에 각각 수조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해 부담을 안겼다. 당시에는 정부간 협의가 없던 상태였다.
던리비 주지사는 방한 중 국내 에너지·철강 기업 등을 만나 사업을 설명하고 투자 참여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SK이노베이션(096770) E&S, 한국가스공사(036460) 등 자원 개발사의 지분 투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던리비 주지사는 이르면 2030년 또는 2031년 LNG 수출을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프로젝트 개시를 서두르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던리비 주지사 측과 면담이 예정돼 있긴 하나, 세부 일정 등은 아직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대만은 정부 차원에서 투자 의향을 밝힌 상태다. 대만 정부는 전날 알래스카 주정부 측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투자할 의사를 표명한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대만 경제부 발표에 따르면 대만 국영 에너지 기업 CPC코퍼레이션과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공사(AGDC·Alaska Gasline Development Corporation)가 투자의향서에 서명했다. 던리비 주지사도 서명식에 참석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대만의 에너지 안보 강화와 미국과의 협력 증진 차원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파트너십을 환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