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윤곽이 조만간 드러난다. KDDX는 2030년까지 6000톤(t)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프로젝트로 2012년 개념설계가 이뤄졌으나 계속 늦어졌다.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042660)이 KDDX 사업 수주를 놓고 경쟁 중이다.
17일 방위사업청(방사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이날 오후 2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사업관리분과위원회(분과위)를 개최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날 분과위 핵심은 KDDX의 사업 추진 방식과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 계획안 심의”라고 말했다. 분과위 결과는 다음 달 초로 예정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결정된다.
관심이 집중되는 건 KDDX의 사업 추진 방식이다. 선택지는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설계 등이다. KDDX 사업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면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를 맡는다. 함정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어지는데, 관례상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을 만들었다. KDDX 개념설계는 2012년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 전신)이,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했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두 회사의 공동 개발 방안도 고려했다. 기본설계를 한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주도하고 한화오션이 협력하는 형태였다. 다만 양사 간 지분 배분이나 방사청과의 계약방식, 책임소재 등 부분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하면 KDDX 사업이 더 늦어질 수 있다. 최근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이례적으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서신을 보냈다. 그는 “엄중한 현 안보환경 속에서 주요 함정의 전력화 시기 지연 상황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 국가안보와 번영을 위해서도 중요한 만큼 해군의 핵심 전력들이 적기에 확보되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을 당부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방사청 관계자는 “KDDX 사업 자체가 이미 지연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분과위에서는 후속함 종합발주는 주요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발주란 KDDX 선도함을 제외한 5척의 후속함을 3척, 2척으로 나눠 한 번에 사업자를 정하는 방식이다. 종합발주를 위해서는 후속함 추진 계획을 개정한 뒤 방추위에서 재차 심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방사청은 그간 입찰을 붙여 점수가 가장 높은 업체에 1·2번을 주고, 추후 3·4번을 다시 입찰하는 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해왔다.
1척당 1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만큼 추가 논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어떤 결정이 나와도 반발할 가능성이 있어 묘책이 필요하다. 재차 법적 분쟁으로 번지면 KDDX 사업은 또다시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