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042660)이 이사회에 외국인 이사를 두 명으로 늘린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영입한 필립 레비(Philippe Levy) 해양사업부장(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미 해군 군함 건조 등 조선·해양 방산 사업 기회가 커지면서 대미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다음 달 20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필립 레비 현 해양사업부장(President of Offshore Business)을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 현재 3명의 사내이사 중 임기가 아직 1년 남은 류두형 경영기획실장(사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레비 사장이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화그룹은 이사회 독립성 확보를 위해 상장 계열사는 이사회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한화오션 이사회(9명)는 사내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5명으로 이뤄져 있어 기존 구성에 사내이사를 추가할 수 없는 구조다.
지난해 4월 한화오션에 합류한 레비 사장은 해양 엔지니어링 전문가다. 네덜란드 기반 부유식 해양 설비 전문 기업 SBM 오프쇼어에서 25년간 근무했고, 한화오션 합류 직전엔 남미 가이아나 광구 유전 개발에 참여하는 미국 엑손모빌과 중국해양석유집단(CNOOC) 합작사에서 CNOOC 측 상임고문을 지냈다. 현재 미 휴스턴주 텍사스에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 등 한화오션의 해외 해양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미국 선박 표준·안전성 검증 기관인 미국 ABS(American Bureau of Shipping) 선급으로부터 서아프리카 심해 배치에 최적화된 표준 FPSO 사전 기본설계에 대한 개념승인(AIP·Approval In Principle)을 획득하기도 했다.
현재 사외이사인 조지 P 부시 마이클베스트&프리드리히 로펌 파트너 재선임 안건도 주총에 상정된다. 부시 파트너는 조지 H W 부시 미 41대 대통령의 손자이자 조지 W 부시 미 43대 대통령의 조카다. 텍사스주 토지집행관(land commissioner)으로 선출돼 주정부 소유 토지와 석유·가스 광물자원 등을 관리했다. 한화그룹이 2023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새롭게 출범할 당시 영입했다.
레비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과 부시 파트너의 사외이사 재선임 건이 주총을 통과하면 이사회 내 외국인 이사는 두 명으로 늘어난다. 조선업계에선 한화오션이 미 해군 군함 건조와 함정 유지·보수·정비(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해외 네트워크 기반이 탄탄한 외국인 이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한국 조선사 중 처음으로 미 해군 MRO 사업을 따냈다. 계열사 한화시스템(272210)과 함께 인수한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도 채용을 늘리며 선박 건조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주요 계열사에 외국인 이사를 늘리며 글로벌 기업 도약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력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지난해 12월 마이클 쿨터 해외 사업 총괄 담당 대표이사 사장을 임명(내정)했다. 국내 방산업계 첫 외국인 CEO다. 다음 달 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쿨터 사장은 미 국무부와 국방부를 거쳐 글로벌 방산 기업 제너럴다이내믹스와 레오나르도 DRS에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