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황 악화로 최근 2년 새 7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낸 엘앤에프(066970)가 하이니켈(High-Ni) 양극재와 LFP(리튬·인산·철) 양극재에 집중하며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엘앤에프는 신사업으로 추진했던 음극재와 리튬 사업을 재검토하고 확실한 강점을 가진 양극재에 집중해 고객사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지난해 상반기 대구 구지 3공장에 LFP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한 뒤 국내외 고객사와 제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올해 고객사 테스트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LFP 양극재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주력 제품인 하이니켈 양극재도 올해 최대 출하량을 달성할 것으로 본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용 니켈 함량 95% 양극재를 양산했다. 올해 1분기 말부터는 2170(지름 21㎜·높이 70㎜) 원통형 배터리용 니켈 함량 95% 신제품도 출하할 예정이다. 회사는 2027년 기준 전체 매출의 75%를 하이니켈 양극재로, 25%를 LFP 양극재로 구성해 고성능 전기차 시장과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엘앤에프는 지난 2023~2024년 누적 7325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국내 양극재 업체 중 가장 큰 폭의 실적 악화를 겪었다. 이는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을 예상하고 과거 리튬 등 광물을 높은 가격에 확보해 둔 영향이다. 지난 2023년 3분기 엘앤에프의 재고자산은 1조44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00억원 이상 늘었다. 그러나 같은 해 4분기 리튬 가격이 폭락하며 회사는 2503억원의 재고자산평가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리튬 가격이 내려가며 재고 손실이 지속됐다.
최근 엘앤에프는 변화한 업황을 고려해 신사업으로 추진했던 음극재 사업을 재검토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23년 일본 미쓰비시케미컬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음극재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해 하반기부터 배터리 업황이 크게 악화하며 양측 간 협상이 장기화했고,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003670)의 음극재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약 30%에 그쳤다.
신사업으로 추진했던 리튬 톨링(Litium Tolling·화학 반응을 이용해 탄산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전환하는 것) 역시 광물 가격 하락에 따라 사업성이 악화했다. 탄산리튬은 주로 LFP 배터리에, 수산화리튬은 삼원계 배터리에 사용된다. 2023년 초 1톤(t)당 7만달러를 넘었던 수산화리튬 가격은 현재 1만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
엘앤에프는 하이니켈, LFP 배터리 등 강점을 가진 양극재 분야에 집중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엘앤에프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 난징 공장에서 생산돼 테슬라의 모델Y 주니퍼 차량에 탑재되는 2170 원통형 배터리에 하이니켈 양극재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FP 양극재의 경우 국내를 비롯해 북미와 일본 지역에서 고객사를 확장하기 위한 영업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엘앤에프는 향후 고객사 다변화, LFP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 등을 통해 추가 성장성을 확보하면 국내 양극재 업체 중 가장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