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달 중국 위슨(Wison)조선소를 제재한 이후 한국 조선사의 해양 플랜트 시장 장악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010140)이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FLNG·Floating Liquefied Natural Gas) 분야에서 앞선 가운데, 한화오션(042660)이 대우조선해양 시절 멈춘 FLNG 사업 부활에 나섰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임기 만료 직전 중국 해양 플랜트 전문 조선사인 저우산후이성해양공정유한공사(Zhoushan Wison Offshore and Marine Limited·위슨조선소)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러시아 LNG 프로젝트에 발전 모듈을 제작해 공급했다는 이유다. 위슨조선소는 그간 삼성중공업 외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FLNG를 건조하던 업체다.
위슨조선소는 지난해 8월 삼성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맡았던 미국 델핀(Delfin Midstream) FLNG 1호기의 시공 사업을 따내 눈길을 끌었다. 델핀은 멕시코만에서 진행 중인 LNG 프로젝트에 FLNG 4기를 설치해 연간 1330만톤(t)의 LNG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중 1호기 건조를 예상을 깨고 중국업체가 가져간 것이다.
조선업계에선 미국의 위슨조선소 제재로 삼성중공업의 델핀 FLNG 2~4호기 수주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LNG 수출 확대 정책도 FLNG 발주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지금까지 FLNG 5기를 수주하며 세계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시추하고 액화해 운송할 수 있게 하는 부유식 LNG 생산·저장·하역 설비로, 계약금액이 2조~3조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삼성중공업은 연내 모잠비크 코랄 술 FLNG 2호기의 수주를 확정지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수주가 예상됐으나 지연됐다. 삼성중공업은 2017년 모잠비크 가스전의 첫 FLNG선인 코랄 술 FLNG 1호기를 제작해 인도한 바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FLNG를 신규 수주하며 입지를 키워가고 있던 위슨이 미국 제재로 사실상 신규 수주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라 삼성중공업이 반사 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올해부터 FLNG 수주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16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FLNG 선박을 건조해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에 인도한 바 있다. 이후 수주 실적이 없다가 한화그룹 편입 후 해양 플랜트 분야 강화에 나섰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4월 ㈜한화(000880) 건설 부문에서 풍력 사업, 글로벌 부문에서 플랜트 사업을 인수했다. 지난해 11월엔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싱가포르 해양 설비 전문 제조사 다이나맥(Dyna-Mac Holdings)을 함께 인수했다.
다이나맥은 해양 플랜트 상부 구조물 전문 제작사로, FLNG와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 분야에서 건조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오션은 다이나맥 인수로 해양 플랜트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현재 브라질 페트로브라스로부터 수주한 1조1000억원 규모의 FPSO를 건조 중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 제재로 FLNG 건조와 FPSO 시장에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