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이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면서 강(强)달러 추세 속에 수익성 개선 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달러당 원화 환율이 오르면서(원화 가치 하락) 수출 계약의 원화 환산 매출은 늘어나는데, 국산화율 확대로 생산원가 부담은 줄어 영업이익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1일 방산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064350)은 작년 4분기(10~12월)에 매출 1조2300억~1조4000억원, 영업이익 1670억~1850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이 예상치대로 나오면 3개 분기 연속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이다. 4분기 영업이익률은 13%~15%로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률(6.0%) 대비로는 두 배 이상, 3분기(12.6%) 대비로도 약 2%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현대로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방산 부문이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폴란드 등과 맺은 K2 전차 수출 계약의 실제 납품 물량이 늘어나며 실적에 본격 반영되는 영향이다. 현대로템은 2022년 8월 폴란드에 K2 전차 180대를 수출하는 4조5000억원(33억654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첫 2년간 28대를 인도했다. 지난해엔 총 56대를 납품했는데 이 중 4분기 인도 물량이 22대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수출 기업으로 변신하면서 환율과 국산화율이 수익성을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방산 수출 계약은 주로 달러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 때와 비교해 납품 시점에 환율이 오르면 원화 환산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폴란드 K2 수출 계약 당시 환율은 달러당 1336.90원이었는데 지난해 환율은 3분기 평균 1358.35원, 4분기 평균 1398.75원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국산화율이 높아질수록 부품비 등으로 투입되는 원가 압박이 낮아져 수익성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K2 전차 3차 양산 기준 국산화율은 84.3%로, 4차 양산 때는 완전 국산화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에 수출하는 K2 흑표 전차에는 HD현대인프라코어(042670)가 개발한 국산 전차 엔진이 들어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에어로)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과 전분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조4000억~4조원, 영업이익은 5000억~5900억원으로 전망되는데, 2023년 4분기 대비 두 배, 전분기 대비 27%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예상 영업이익률은 15~16% 수준으로, 전분기(18.1%)에 이어 10%대 후반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폴란드와 수출 계약을 맺은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의 인도 물량이 늘며 지상방산 부문 이익이 실현된 덕분이다.
K9·천무는 영업이익률이 30%가 넘는 고마진 수출품이다. 방산업계는 한화에어로가 지난 4분기 폴란드에 K9 40문, 천무 13~18문을 납품한 것으로 추정한다. 생산원가 대부분이 원화라 환율이 높아도 비용 부담이 적다. K9의 경우 지난해 9월 핵심 기술인 엔진도 국산화에 성공해 엔진 국산화율이 99.1%로 높아졌다.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은 지난해 11월 항공·방산전자 기업 제노코(361390)를 인수하며 수입에 의존하던 주요 장비와 부품의 국산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KAI는 제노코를 활용해 수직계열화를 이뤄 재료비를 절감하고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KAI는 차세대 전투기 KF-21(보라매)에 들어가는 엔진도 국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한화에어로가 미국 항공 엔진 제조사 제너럴일렉트릭(GE)이 허가한 면허를 활용해 국내 공장에서 가공과 조립 수준으로 일부 생산하고 있다. 핵심 부품은 GE에서 공급받아 사용 중이다. 낮은 국산화율로 GE에 지급하는 라이선스 비용은 환율 변동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