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인 폴리부텐(PB·Polybutene)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DL케미칼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지난 30여년 간 쌓아온 PB의 기술력에 더해 해외 업체들이 보유한 핵심 기술을 가져와 스페셜티(specialty·고부가가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DL케미칼은 지난 2020년 6200억원을 투자해 미국 화학 업체인 크레이튼의 카리플렉스 사업부를 인수했다. 카리플렉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음이온 촉매 기반 합성고무와 라텍스 등을 만드는 곳이다. 수술용 장갑을 만드는데 쓰이는 폴리이소프렌 합성고무는 카리플렉스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한다.
카리플렉스의 제품은 경쟁사 제품보다 불순물이 적고 투명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력 품목인 폴리이소프렌 라텍스는 판매 허가 기준이 까다로운 의료용품 소재 시장에서 품질과 안정성을 검증받아 수술용 장갑뿐 아니라 주사액 마개 등 다른 고부가 의료용품 소재로도 판매되고 있다.
카리플렉스를 사들인 후 2년이 지난 2022년에는 모회사인 크레이튼까지 인수했다. 크레이튼의 주력 제품은 스타이렌블록코폴리머(SBC·Styrenic Block Copolymer)로 미국과 유럽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SBC는 크레이튼이 세계 최초로 만든 소재로 접착제와 의료용품 소재, 자동차 내장재, 5G 통신 케이블 등에 쓰인다.
DL케미칼은 싱가포르 주롱섬 화학공장 단지에 약 4800억원을 투자해 카리플렉스의 폴리이소프렌 라텍스 공장을 새로 건설하고 지난해 11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6만1000㎡(약 1만8400평) 규모로 준공된 신규 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폴리이소프렌 라텍스 생산 시설이다. 동남아시아에 있는 주요 고객사에 제품 공급이 쉬워졌고 말레이시아에 있는 연구 시설과의 시너지를 얻는 데도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DL케미칼 관계자는 “카리플렉스 싱가포르 공장 신설로 의료용품 소재 시장에서 확고한 점유율 선두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스페셜티 사업 구조 전환을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