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이 지난 23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를 활용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가운데, 여러 해외 자회사·손자회사 중 호주의 선메탈코퍼레이션(SMC·Sun Metals Corporation)을 선택해 눈길을 끈다. 고려아연은 업력, 매출, 사업 중요성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회사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이 당장은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고려아연 경영권을 노리는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향후 법적 분쟁을 예고해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 설정, 이사 선임 등 당초 제안했던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MBK·영풍의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이는 고려아연이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 25.42%의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은 서로 1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상대방 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고려아연은 SMC 지분 100%를 갖고 있는데, SMC는 임시 주총 하루 전인 22일 영풍 지분 10.33%를 확보했다.

호주 퀸즐랜드주 북부 타운즈빌에 위치한 아연 제련소 선메탈코퍼레이션(SMC). /SMC 홈페이지 캡처

SMC는 고려아연이 지배하는 해외 자회사 중에서도 업력이 가장 길고, 사업 비중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SMC는 지난 1997년 호주 퀸즐랜드주 북부 타운즈빌에 설립된 아연 제련회사로, 연간 약 22만톤(t)의 아연을 생산한다.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에서 55만t의 아연을, 영풍은 석포제련소 36만t의 아연을 생산한다. 세 회사의 아연 생산량은 전 세계 아연 수요의 약 10%다.

SMC의 모회사 선메탈홀딩스(SMH·Sun Metals Holdings)는 1991년 설립됐다. 작년 6월말 기준 자산은 약 3조원(자본 1조8342억원, 부채 1조1887억원)으로 매출은 4576억원으로 집계됐다. 호주 신재생에너지 회사 아크에너지(2021년), 물류 회사 타운즈빌 로지스틱스(2016년), 미국 페달포인트(2022년) 등 자회사는 업력이 짧은 데다, 자산 규모도 SMH에 못 미친다.

고려아연 오너 일가도 SMC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입사 후 온산제련소를 거쳐 SMC에서 2014년부터 5년간 대표를 맡았다. 최 회장의 사촌인 최창규 영풍정밀(036560) 회장의 장남인 최주원 아크에너지 대표는 SMC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호주 SMC를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9월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자 SMC는 호주 현지 지역과 정관계를 중심으로 여론 조성에 나서면서 최 회장 측을 옹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