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CJ대한통운(000120) 본사에서 근무하는 게리 스티븐 데아마랄(미국·32) 대리는 매년 6월이 되면 외할아버지를 떠올린다. 스티븐의 외조부 고(故) 윌리엄 로널드 크리스텐슨(William Ronald Christensen·1933년~2003년)씨는 1950년 입대한 한국전쟁 참전용사다.

게리 스티븐 데아마랄(미국·32) CJ대한통운 대리./CJ대한통운 제공

고 크리스텐슨씨는 1950년 9월 미 제8기병연대 소속으로 평양 운산전투에 투입됐고, 549일 동안 낙동강 방어선과 영변 등에서 전투를 치렀다. 이후 1953년 7월 휴전협정이 체결되면서 그해 9월 의정부에서 상병으로 전역했다. 그는 미국에서 결혼 후 직장생활을 하다 2003년에 사망했다.

1991년생인 스티븐 대리는 외조부를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볼 때마다 “한국전쟁이 빨리 끝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외조부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으로 고통스러워했다. “다시는 전쟁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스티븐 대리는 어린 시절 캘리포니아에 거주했는데, 주변에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많이 살았다. 그는 “할머니와 가까운 분들도 한국전 참전용사였고, 그중 한 분은 인근에 살면서 자주 한국 이야기를 나누셨다”라며 “어릴 때부터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고, 커가면서 올림픽 한국대표팀과 메이저리그 추신수 선수 등을 보면서 더 관심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스티븐 대리의 외조부이자,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고(故) 윌리엄 로널드 크리스텐슨(William Ronald Christensen·1933년~2003년)씨./CJ대한통운 제공

스티븐 대리는 미국에서 대학까지 나왔지만, 졸업 후 한국에 가고 싶었다. 방법을 찾던 끝에 한국전쟁기념재단에서 운영하는 장학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재단에서는 유학을 오는 21개국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학비, 기숙사비, 생활비를 지원하는 장학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스티븐 대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진학 후 다양한 활동에 나섰다. 2015년에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넥센 히어로즈 시구자로 나섰다. 2019년 참전용사 국제추모식 ‘턴투워드 부산’, 2020년 유엔군 참전의날 기념식에 초청됐다.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스티븐 대리는 이후 2017년 CJ대한통운에서 2개월 인턴 생활 끝에 2018년 신입 공채로 입사했다. 스티븐 대리는 CJ대한통운 글로벌사업개발팀에서 유명 타이어 기업과 식음료, 주류회사 등을 담당한다. 2015년 이후 8년째 한국에 머물며 한국어도 유창하게 구사한다.

스티븐 대리는 “한국과 글로벌에서 큰 성공의 기회를 찾고 CJ대한통운에서 성공하고 싶다”라며 “한국에서 8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문화와 물류 비즈니스를 세계 다양한 직원들에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