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핵심 광물인 리튬과 니켈이 풍부하게 매장된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혜택을 받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두 국가가 IRA 수혜 국가로 포함되면 이들 국가에 광물 관련 투자를 진행 중이거나 예정하고 있는 POSCO홀딩스(005490),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도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IRA는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을 40%(매년 10%p씩 높아져 2027년에는 80%) 이상 사용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최대 375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아 혜택 대상이 아니다.

포스코그룹의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리튬 염호. /포스코홀딩스 제공

5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페르난다 아빌라(Fernanda Avila) 아르헨티나 연방 광업 차관과 프랑코 미냐코(Franco Mignacco) 아르헨티나 광산기업가상공회의소(CAEM) 회장은 지난달 아르헨티나 수도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 외교 당국자들과 아르헨티나의 IRA 혜택에 대해 논의해 왔고, 아르헨티나가 세금 공제 혜택을 받는 것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소위 ‘리튬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리는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등 남미 3국에는 세계 리튬 매장량 중 약 60%가 묻혀 있다. 하얀 석유로도 불리는 리튬은 2차전지의 핵심 원자재다. 양극재는 2차전지 원가의 약 30%를 차지하는데, 양극재에서 리튬의 원가 비중은 약 45%다.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IRA 혜택을 받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한 부분으로 FTA에 준하는 효과를 가진 ‘핵심광물협정’ 체결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올해 3월 일본과 핵심광물협정을 별도로 체결했고 여기에는 리튬과 니켈 등 전기차 배터리용 핵심 광물 수출을 규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본은 IRA상에서 미국과 FTA 체결국으로 간주되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일본, 유럽연합(EU)이 불만을 드러내자 일본과 별도의 협정을 통해 FTA 체결국에 준하는 위치를 부여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EU와도 유사한 핵심광물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가 앞으로도 무역장벽 완화 등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국가를 추가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동남아시아 국가도 IRA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 정부와 적극적인 협상을 펼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삼원계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의 매장량과 채굴량이 모두 세계 1위다.

최정우(아랫줄 왼쪽 두번째)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아랫줄 왼쪽 세번째)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나 리튬사업에 대한 현안을 설명하고 향후 추진할 사업 계획에 대한 지속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포스코 제공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에 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 기업은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2018년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를 인수한 뒤, 작년 3월부터 현지에 수산화리튬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오는 2025년부터 염호에서 추출한 리튬을 가공해 수산화리튬을 양산하고, 포스코퓨처엠(003670) 등을 통해 양극재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은 지난달 인도네시아에도 4억4100만달러(약 5900억원)를 투자해 니켈 제련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말 착공해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공장은 니켈 함유량 기준 연간 5만2000톤 수준의 니켈 중간재를 생산할 예정이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캐슬린 스티븐스 코리아소사이어티(한미 친선 비영리단체) 이사장과의 대담에서 “매출 절반이 수출에서 발생하는 철강 사업과 해외 원료에 의존하는 2차전지 소재 사업의 특성상 지정학적 경제적 문제는 중요한 요소”라며 “포스코가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 사업을 통해 조달하는 리튬과 니켈이 IRA의 수혜 대상이 될지를 가장 걱정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051910), LX인터내셔널(001120), 포스코홀딩스, 중국 화유코발트와 컨소시엄을 꾸리고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G컨소시엄은 총 11조원가량을 투자해 인도네시아에서 광물, 제정련, 전구체, 양극재, 셀 생산에 이르는 완결형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각 사가 광물 수급(LX인터내셔널), 배터리 원료(LG화학·포스코홀딩스·화유), 배터리 완제품(LG에너지솔루션)을 각각 맡는 형태로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