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장기화에 따른 우울감, 상실감 등을 겪는 소위 ‘코로나 블루’가 확산하며 멘탈 헬스케어(정신 건강 관리)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세계 정신 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우울증 환자는 2020년 2억4600만 명으로 팬데믹 발생 이전인 2019년보다 28% 늘었고, 같은 기간 불안 장애 환자도 3억7400만 명으로 26% 증가했다. 과거 정신 질환은 사회적 시선 탓에 대면 상담이나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 기간 비대면 서비스 사용이 일상화하고, 관련 기술이 발전한 가운데 멘탈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신 건강 관리는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WHO와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우울증 같은 정신 건강 문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연간 손실은 약 1조달러(약 1270조원)로 추정된다. 최신 기술로 무장한 멘탈 헬스케어 기업들은 이런 문제의 중요한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멘탈 헬스케어 테크 기업의 현주소와 발전 가능성을 조망해봤다. [편집자주]

안용직 스타벅스코리아 파트너행복추진팀 팀장. 한양대 영어영문학과, 전 월마트코리아 인사팀 근무, 전 이마트 인사관리팀·노사협력팀 근무 /스타벅스코리아

“직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행복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11년 ‘파트너행복추진팀’을 설립했다. 파트너들의 회사 생활 중 겪는 고충을 해결해 그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조직이다. 파트너는 고용 형태 구분 없이 스타벅스에서 근무하는 약 2만 명에 달하는 모든 직원을 뜻한다. 구성원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행복하지 않으면 절대적으로 고객에게 친절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조직이다. 친절한 서비스는 스타벅스가 국내 1등 커피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14년에는 감정노동을 하는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전문 심리 상담 서비스 ‘PAP(Partner Assistance Program)’를 도입했다. 당시 미국을 포함, 스타벅스 매장이 있는 전 세계 60여개 국가 중에서 처음 시행한 것이다. PAP는 회사에서 일하며 받는 스트레스는 물론 가족 문제, 금전적 문제 등 회사 밖에서 겪는 어려움을 상담하고 해결을 지원한다.

안용직 스타벅스코리아 파트너행복추진팀 팀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파트너의 심리가 불안하다면 회사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며 “조직 내 갈등, 파트너가 겪는 스트레스 등을 미리 발견해 문제가 커지기 전에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파트너행복추진팀의 역할은.

“스타벅스코리아 파트너들이 회사 생활 중 겪는 다양한 고충과 갈등을 해결해 그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고 있다. 파트너가 고객을 응대할 때 받는 스트레스, 심리적 불안도 해결한다. 구성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일해야 친절한 서비스를 할 수 있다. 2014년에는 심리 상담 전문 기관 한국EAP협회와 협력해 전문 심리 상담 서비스 PAP를 도입했다. 조직 내 갈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파트너들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가 커지기 전에 해결하는 게 파트너행복추진팀의 가장 큰 역할이다. 파트너와 회사 간 다양한 안건을 논의하고 해결하는 노사협의회 운영을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파트너들은 주로 어떤 심리적 어려움을 토로하나.

“파트너 개인 간의 갈등이 가장 많고, 그다음은 조직과 파트너 개인의 갈등이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물론 우리가 상담하는 내용은 철저히 비밀을 보장하고 있다. 이는 관련 법뿐만 아니라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파트너들이 심리 상담을 꺼리기 때문이다. 우선 파트너 간의 갈등을 보면, 스타벅스 매장에서 이뤄지는 교육과 업무 습득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우리 팀이 중재에 나선다. 해결한 사례를 보면 대부분 서로 오해하는 부분이 있었고, 서로 조금만 이해하고 고치면 되는 게 보통이었다. 개인 대 개인 간의 갈등은 대화를 통해 비교적 쉽게 풀 수 있다. 문제는 갈등을 겪는 사람들은 대화를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직과 개인 간 갈등의 경우는 조직을 진단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개인이 조직 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것인지, 조직 차원의 파트너십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를 봐야 한다.”

고객 응대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도 많을 것 같다.

“스타벅스 파트너들은 거의 모두가 고객 응대 근로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고객에게 대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하고 예방하는 것이 파트너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주요한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PAP를 도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스타벅스 파트너 누구나 PAP를 통해 전문가로부터 심리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 스타벅스코리아

가족 문제 등 파트너 개인적인 문제도 상담을 하나.

“그렇다. PAP는 파트너가 회사에서 일하며 받는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가족 문제, 금전적 문제 등 회사 밖에서 겪는 어려움도 상담하고 해결을 지원한다. 사실 처음에는 회사와 관련된 부분만 상담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문제를 상담받길 원하는 파트너들이 늘었고, 이에 맞춰 상담 범위를 넓혔다. 무엇이 원인이든 파트너의 심리가 불안하다면 회사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우리는 경제적인 문제, 법적 문제 등을 조언할 수 있는 상담사를 보유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구성원의 특징이 있다면.

“평균 나이가 29~30세로 젊다. 전체 파트너 2만 명 중 80%가 이른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다. 이들은 갈등을 겪는 상대방과 대화하며 해결하는 데 서툴다. 그러나 갈등 관계가 없는 제삼자와 이야기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우리의 도움(심리 상담)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다. 심리 상담을 꺼리거나 숨기는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MZ 세대는 ‘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래서 심리 상담을 받을 거야’라고 말하고 행동한다.”

PAP 운영 성과는.

“PAP 상담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 처음에는 ‘조직 내 문제가 많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MZ 세대의 특징을 알고 난 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프로그램을 이용해 갈등이 커지기 전에 미리 해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리 상담의 문턱이 낮아져 파트너들이 많이 사용해 치유받고 있고, 이로 인해 스타벅스 조직 문화가 건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파트너행복추진팀, PAP의 프로그램과 활동을 분기에 한 번 이상은 직원들에게 알리고 있는데, 좋아요와 좋은 댓글이 많이 달린다.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회사에 직원들이 신뢰를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가 파트너의 근속 기간을 늘리는 데 긍정적 영향을 한다고 자부한다. 일하는 게 힘들면 회사를 바로 나가는 게 MZ 세대다.”

스타벅스는 국내에서 압도적인 1등 커피 브랜드다. 직원들의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 게 1등 브랜드에 도움이 됐다고 보나.

“당연하다. 자신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행복하지 않으면 절대적으로 고객에게 친절할 수 없으며, 고객이 만족할 만한 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 스타벅스가 1등 커피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요인은 커피 맛 등 여러 가지이지만, 직원 정신 건강 관리(멘탈 헬스케어)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정신 건강 관리 서비스도 진행하나.

“아직은 아니지만, 올해 상반기 내 서비스할 계획이다. 한국EAP협회와 함께 모바일 PAP를 준비하고 있다. 스타벅스 파트너는 앱 환경에 익숙한 MZ 세대가 대부분이다. MZ 세대는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한다. 정신 건강 관리도 마찬가지다. 정신 건강 관리 모바일 앱은 간편하고 빠르다. 어려움이 있을 때 접속해서 신청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MZ 세대는 예전처럼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하거나, 상담소를 직접 가려고 하지 않는다. 정신 건강 관리 시장은 모바일 앱으로 이동하고 더 성장할 것이다.”

+ Plus Point

임직원 정신 건강 챙기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임직원의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해 국내에서 15개 사내 심리상담센터와 11개 마음건강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심리상담센터는 공인 자격증을 보유한 상담진이 운영하는 전문 심리상담 기관이다. 각 상담 센터에는 명상실을 마련해 긴장 완화, 명상법, 컬러테라피(색채 치료), 통증 완화 등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마음건강클리닉은 정신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의료 기관으로 회사 생활, 대인관계, 고충 상담, 스트레스 관리, 부부·자녀 고민 등 다양한 주제로 1 대 1 상담, 약물·심리 치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모든 개인 상담 및 진료 내용은 상담사 윤리강령 및 의료법에 의해 익명성이 보장된다.

온라인 멘탈 케어 프로그램 ‘마인들링’도 활용하고 있다. 스타트업 포티파이가 삼성전자와 협력해 약 1000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마인들링을 시범 서비스하고 있다. 포티파이는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의 지원을 받은 업체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Part 1. 멘탈 헬스케어 테크가 뜬다

①’황금알 낳는 거위’ 멘탈 헬스케어

②[Infographic] 정신 질환 팬데믹과 헬스케어 혁신

Part 2. 멘탈 헬스케어 앞장선 기업들

③[Interview] 멘탈 헬스케어 유니콘 스프링헬스 공동 창업자 에이프릴 고

④[Interview] ‘마인드카페’ 운영사 아토머스 김규태 대표

⑤[Interview] 안용직 스타벅스코리아 파트너행복추진팀 팀장

Part 3. 전문가 제언

⑥[Interview] 마이클 어윈 UCLA 세멜 신경과학·인간행동연구소 소장

⑦[Interview]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

⑧[Interview] 이헌정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