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이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회사인 넷플릭스의 실적 부진으로 고전했으나 애플TV플러스, 디즈니플러스 등 후발 글로벌 OTT와 판권 계약을 잇달아 맺으면서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CJ ENM(035760) 계열 스튜디오드래곤(253450)은 올해 2분기에 연결기준 매출액 1852억원, 영업이익 238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연간 실적은 매출액 7859억원, 영업이익 1187억원으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2분기 실적은 해외 신규 OTT를 대상으로 한 지식재산권(IP) 판매가 견인했다. 그동안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 방영을 주로 계열사 TV채널이나 넷플릭스에 의존해왔지만, 최근 디즈니플러스에 IP 판매를 시작했다. tvN 드라마 ‘링크’가 동시 방영 중이고, 구작 판매도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에도 해외 OTT 판매 실적이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스튜디오드래곤은 미국 제작사 스카이댄스미디어와 함께 애플TV플러스용으로 미국 드라마 ‘더 빅 도어 프라이즈(The Big Door Prize)’를 제작했다. 이 작품은 올 4분기에 공개될 예정이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해외 매출의 대부분은 글로벌 OTT에서 나온다”며 “2019년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흥행 이후 구작 판매가 늘었고 해외 드라마 제작도 이어지고 있어 해외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화제가 되고 있는 에이스토리(241840)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이스토리의 올해 연간 실적은 매출액 1114억원, 영업이익 176억원으로 전망되는데 지난해(매출액 589억원·영업이익 69억원)와 비교하면 2배 수준이다.
에이스토리는 중소 제작사이지만 2019년 넷플릭스의 첫 아시아 지역 오리지널 드라마였던 ‘킹덤’을 제작해 ‘K-드라마 시대’를 열었다. 아시아 인기를 넘어선 킹덤의 글로벌 흥행 이후 에이스토리는 OTT용 제작·판매를 늘려오고 있다. 이달 말부터는 배우 이종석·임윤아 주연 드라마 ‘빅마우스’가 MBC와 디즈니플러스에 동시 방영된다. 제작을 앞두고 있는 대형 드라마 ‘무당(가제)’도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될 예정이다.
업계는 넷플릭스가 실적 개선을 위해 ‘킬러 콘텐츠’ 확보에 투자를 늘리고 있어 국내 제작사에는 기회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OTT 춘추전국 시대에 넷플릭스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결국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 세계에서 흥행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갖추기 위해 한국의 드라마 제작사에 대한 투자가 강화될 것이다. 이런 전략은 다른 글로벌 OTT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