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석유가스(LPG)차를 저공해차에서 제외하려던 환경부가 ‘일단 유지’로 정책을 선회했다. 미세먼지 저감에 기여한 LPG차를 저공해차로 남겨둬야 한다는 업계의 호소에 환경부가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LPG업계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수소 등 친환경차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LPG차가 해낼 수 있다며 환경부의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3월 입법예고했던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령안’ 중 LPG차를 저공해차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환경부는 이미 관련 조항을 뺀 나머지 개정령안의 심사를 지난 27일 규제개혁위원회에 의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의견수렴 기간에 LPG차를 저공해차에서 제외하는 부분에 대해 조문 유지, 유예 등 의견이 들어와 기한을 정해두지 않고 다각도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LPG차를 저공해차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대기환경보전법은 저공해차를 1종 전기·수소차, 2종 하이브리드차, 3종 LPG·CNG차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환경부는 기술 발전에 따라 저공해차 기준을 강화하고 전기, 수소차 등 무공해차 중심 보급 정책을 펼치기 위해 2~3종 저공해차는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첫 단계로 이번에 LPG차 등이 속해있는 3종 저공해차를 삭제한다는 방안이 시행령 개정령안에 포함됐었다.
정부가 LPG차를 저공해차에서 제외하려 하자 LPG업계는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며 즉각 반발했다. 앞서 정부는 2019년 LPG차가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적이라며 보조금 제도를 도입하고 기존 택시와 렌터카, 관용차에 국한됐던 LPG차 구매를 일반인에게도 허용했다. 당시 환경부는 LPG차의 배출가스 평균 등급이 1.86으로 휘발유차(2.51), 경유차(2.77)보다 친환경성이 우수하다며 LPG차 규제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한국보다 친환경 정책을 강력히 펼치고 있는 유럽은 지금도 LPG차 보급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LPG업계는 LPG차가 저공해차에서 제외될 경우 각종 보조금을 못받게 되고, 이는 LPG차에 대한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현재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경유차를 폐차하고 LPG 화물트럭(1t 기준)을 구입하면 200만원, 어린이집이 통학 차량을 LPG차로 신규 구입할 땐 7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공영주차장에서는 할인도 받을 수 있다. LPG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LPG차 새로운 모델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데, 저공해차에서 LPG차가 제외되면 완성차 업체들도 LPG차를 만들 유인이 사라져 시장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PG 수요 위축은 LPG 충전소 인프라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LPG 충전소는 최적의 수소·전기 복합 충전 인프라 후보지로 꼽힌다. 충전소와 주변 시설물 간 안전거리(21m)가 충분히 확보된 데다 주유소보다 훨씬 넓은 용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LPG 충전소는 수익성 악화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한국LPG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2021년 전국에서 휴·폐업한 LPG 충전소는 132개소로 집계됐다.
환경부의 기류는 윤석열 정부 들어 새 환경부 장관이 부임하면서 달라졌다. 한화진 장관은 지난 5월 3일 청문회에서 ‘저공해차 3종 혜택이 없어진다면 미세먼지 유발 차종인 경유차 구매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자 제도 유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점차적으로 경유차 사용 제한, 생산중단 쪽으로 정부가 추진하려 한다”며 “적극적으로 소통해 업계 지원방안 등을 강구해보겠다”고 말했다.
LPG업계는 환경부가 LPG차를 저공해차로 일단 유지하기로 하자 환영하고 있다. LPG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LPG차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인정하고 저공해차로 분류해 소비를 권유해 놓고, 갑자기 저공해차에서 제외한다고 해 억울한 측면이 있었다”며 “친환경차 시대로 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지만 아직 시간이 필요한 만큼, LPG차가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의 징검다리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환경부가 LPG차를 저공해차로 유지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재검토한다고 해도 아직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여전히 무공해차 중심 정책을 통해 전기·수소차 보급을 앞당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2024년 종료 예정인 LPG차에 대한 지원과 혜택 역시 연장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