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그룹의 반도체 설계기업 LX세미콘(108320)이 차량용 반도체 설계를 주력으로 하는 텔레칩스(054450)와 사업 협력을 위해 지분 투자에 나선다. 텔레칩스는 삼성전자(005930)나 퀄컴처럼 AP(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 개발이 가능한 몇 안되는 국내 팹리스라는 평가를 받는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X세미콘은 총 268억원을 들여 텔레칩스 지분 10.93%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 경우 LX세미콘은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에 이어 2대 주주가 된다. LX세미콘은 공시를 통해 텔레칩스 지분을 취득하는 목적을 “기술 및 연구개발 등 사업협력 추진”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LX세미콘은 TV, 모바일기기용으로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하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사업이 중심이었다. 이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 실리콘 카바이드(SiC) 기반 전력 반도체(PMI) 진출 등 매출 다변화를 모색해왔다. 최근에는 차량용 PMI 양산을 앞둔 매그나칩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일본 영업 강화를 위해 현지 법인 자본금을 2배로 늘리기도 했다.
텔레칩스는 차량 운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용칩(IVI)을 개발해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납품해 왔다. 최근에는 인포테인먼트시스템에 차량 외부 상황을 실내에서 살필 수 있는 기능(AVM) 등을 더한 스마트 콕핏(Cockpit)용 칩셋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밖에도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을 겨냥한 칩셋도 개발하고 있다.
텔레칩스와 어보브반도체(102120)가 각각 44.8%씩 지분을 투자해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가 대표직을 겸하고 있는 오토실리콘은 지난 4월 전기차 또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BMS용 배터리관리칩(BMIC)을 SK온과 공동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LX가 안전 문제로 진입이 쉽지 않은 자동차 부품 공급망에 들어설 통로를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020년 LG전자(066570)가 글로벌 전기차 부품 업체 마그나와 조인트벤처 엘지마그나이파워트레인을 결성해 차량 공급망에 참여한 사례와 비견되기도 한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LX세미콘에 상근 임원으로 직접 이름을 올리고, LX세미콘 양재캠퍼스에 집무실을 마련해 주 1~2회 출근하며 이같은 과정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