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015760)에 전력을 판매하는 민간 발전사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많게는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전력도매가격(SMP·System Marginal Price)이 치솟은 결과다. 반면 민간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비싸게 사들인 한전은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못해 올해 1분기 영업손실 추정액이 6조원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한전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전력 도매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8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의 민간 발전사인 포스코에너지는 올해 1분기에 8050억원의 매출액에 10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1분기 대비 매출은 약 90%, 영업이익은 약 49% 오른 수준이다. 같은 기간 SGC에너지(005090)의 매출액은 49% 늘어난 6204억원, 영업이익은 139% 증가한 740억원으로 집계됐다. SK E&S, GS EPS 등 다른 민간발전사들 역시 올해 1분기에 발전 부문에서 호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 발전사들은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으로 급등하고 있는 SMP를 꼽았다. SMP는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일 때 적용하는 가격을 말한다. 통상 SMP는 발전단가가 가장 높은 액화천연가스(LNG)의 가격 변동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LNG 가격이 지난 1년 동안 2배 이상 치솟으면서 SMP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평균 SMP는 1㎾h 당 181원으로 작년 1분기(76.5원) 대비 137% 증가했다. 반면 판매단가는 올해 1분기에 전기요금을 동결했던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전력 판매단가와 비슷한 1㎾h당 108.1원으로 추정된다. 한전이 발전사에서 비싸게 사오는 전력을 가정과 공장 등 소비자에게 싸게 팔고 있는 것이다.
한전의 손실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한전의 올해 1분기 영업 손실액은 5조700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한 해 동안 누적된 영업 손실액이 5조8601억원이었는데, 이에 맞먹는 수준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올해 한전의 영업적자가 2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정부는 SMP에 상한선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해외사례 등을 감안해서 국내에도 적용 가능한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전력거래법에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전력거래가격의 상한을 정해 고시할 수 있다’는 조항(제33조 2항)을 새로 추가했으나 실제로 시행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도입하게 된다면 당시 도입된 제도와 목적이나 작동 방식이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MP 상한제가 도입되면 민간 발전사들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기업인 한전의 발전 자회사들은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보전해 줄 수 있지만, 민간 발전사는 이 같은 보호 장치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부문의 발전소 투자를 위축시켜 자칫 전력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SMP 변동성이 커진 데는 정부의 탈원전 영향이 없지 않은데, 민간 기업에 탈원전 부담을 떠넘기는 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