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 두산밥캣(241560) 등 우리 건설기계 기업의 올해 1분기 대(對)중국 수출이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반토막 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현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여파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도시 봉쇄까지 이어지고 있어 2분기 실적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19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 건설기계 기업들은 중국에 건설광산기계(MTI 725)를 8069만달러(약 990억원)어치 수출했다. 지난해 1분기 수출 1억7421만달러의 46% 수준이다. 우리 건설기계업계의 3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은 일본, 러시아에도 뒤지며 5위로 내려앉았다.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의 한 건설현장.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동 부유’를 앞세워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 영향이 컸다. 이어 헝다그룹을 비롯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줄줄이 디폴트에 빠졌다. 중국 내 부동산 개발이 멈췄고, 우리 건설기계 중국 수출 규모도 지난해 2분기 1억4262만달러 → 3분기 6757만달러 → 4분기 8944만달러 등으로 꺾였다.

중국 정부가 올해 들어 부동산 대출을 풀고 있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의 시멘트(-5.6%), 조강(-6.4%) 생산량 모두 지난해 동기보다 줄어든 것도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 2분기도 쉽지 않다.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칭링·淸零)’ 정책에 따라 지난달부터 상하이 등 주요 경제도시를 봉쇄해왔기 때문이다. 건설기계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법인이 있는 산둥성 옌타이시는 지난달 봉쇄 조처를 경험했고, 두산밥캣의 현지 공장이 있는 장쑤성 쑤저우시는 지난 17일부터 부분 봉쇄에 돌입했다. 현대건설기계의 공장이 있는 장쑤성 창저우시는 상하이와 자동차로 2시간 거리다. 건설기계 기업 관계자는 “현재까지 봉쇄 조치로 조업에 영향은 없지만,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기계업계의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로의 수출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달 수출 물량은 1809만달러로 1월(3213만달러)이나 2월(5488만달러) 실적을 크게 밑돌았다. 전날 무역협회 주최로 열린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업계 영향 점검회의’에서 기계산업진흥회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이 러시아 수출용 굴착기(45~120t급)를 수주한 뒤 부품과 자재를 선구매했으나, 현재 수출길이 막혀 손실보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건설기계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대(對)미국 수출은 올해 1분기 4억4425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1분기 3억4898만달러보다 27.3% 늘었다. 벨기에와 영국 수출도 2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1.5% 증가했다. 건설기계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등 경기 부양책을 예고하고 있어 기대감이 있다”며 “다만 원자재 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