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010140)이 재고로 보유하고 있던 드릴십(시추선) 매각에 성공했다. 드릴십은 깊은 수심의 해역에서 원유·가스 시추 작업을 할 수 있는 선박 형태의 설비를 말한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중고 시추선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1일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전날 유럽지역 선주와 드릴십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2억4500만달러(약 2900억원)다. 삼성중공업이 이번에 매각한 드릴십은 2019년 해양 시추업체 트랜스오션이 인수를 포기한 물량이다. 당시 계약 해지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선수금 3억4400만달러(약 4100억원)를 몰취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시운전 등 재가동을 위한 준비를 거쳐 2023년 1분기 내 드릴십을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약 선주사가 2022년 10월 15일까지 인도일을 확정하지 않을 경우 삼성중공업은 계약금 1500만달러를 몰취할 수 있다.
이번 계약 내용이 올해 삼성중공업의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을 전망이다. 드릴십 재고자산은 매출액 인식이 이미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신 현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재무구조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앞서 지난 6월에도 이탈리아 시추업체 사이펨과 드릴십 1척에 대한 용선 계약을 체결해 지난 달 인도를 완료했다. 이 계약에는 매입 옵션이 포함되어 있어 향후 완전 매각도 가능하다.
최근 드릴십을 찾는 시추업체가 늘어나는 이유는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수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드릴십 시추 비용은 배럴당 60달러다.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일 경우 드릴십의 채산성이 확보된다. 대우조선해양도 최근 터키 시추사 터키페트롤리엄 코발트 익스플로어에 재고로 보유하고 있던 드릴십 1척을 매각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소 입장에선 재무에 막대한 손실을 끼쳐온 악성 재고를 처리할 수 있고, 시추업체도 건조에 3년 이상 걸리는 드릴십을 빠르게 인수할 있어 서로에게 ‘윈윈(win-win)’인 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