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부산지부가 대리점 수수료를 낮춰 줄 것 등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태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최근 택배노조 조합원과 갈등을 빚던 경기 김포시 택배 대리점주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택배노조의 ‘갑질’ 의혹을 제기하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택배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CJ대한통운(000120) 대리점연합회(대리점연합)에 따르면 택배노조 부산지부는 지난 4일 부산 지역 택배 대리점의 수수료가 다른 지역보다 높다며 임금·단체협상을 요구했다. 교섭에 나서지 않으면 부분파업과 식품배송 거부 등 모든 쟁의행위를 동원해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통지했다. 이날 현재 부산 지역 일부 대리점에서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태업에 나서면서 택배가 쌓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부산의 한 택배 대리점에서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배송을 거부한 소포들이 쌓여있다. /독자 제공

대리점연합은 택배노조의 파업이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리점연합은 “택배노조 위원장이 사회적 합의 이행목표가 완료될 때까지 합의 정신에 위반되는 행위로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명시된 2차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문에 서명까지 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파업 및 태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일은 적게 하고 돈은 많이 벌면서 일까지 내맘대로 하겠다는 택배노조의 행위는 이율배반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대리점연합은 또 “택배노조가 설립 이후 명절마다 파업을 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무리한 요구를 중단하고, 국민의 불편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택배 대리점주 극단적 선택 이후 택배노조 위협·폭행 수면 위로

택배노조는 올해에만 세차례 총파업을 결의했다. 지역별로 진행한 배송 거부나 부분 파업 등을 포함하면 셀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택배 대리점주들의 주장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기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요구를 넘어 택배노조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쟁의행위를 도구처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김포에서 택배 대리점을 운영하던 A(40)씨가 택배노조 조합원의 집단 괴롭힘을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택배노조의 ‘갑질’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제보받은 택배노조원과 비노조원의 통화 녹취 등에 따르면 경남 지역의 한 택배노조 조합원이 비노조 택배기사에게 ‘물량을 넘길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강원 지역의 한 택배노조 간부가 비노조원 택배기사에게 ‘(대리점이) 수수료를 15%에서 8%로 낮추는데 동의하면 그대로 가는 거고, 아니면 죽이는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택배 기사들 사이에선 ‘택배노조 집행부의 비노조원 폭행’이란 제목의 영상도 공유되고 있다. 8초 길이의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2019년 4월 경기 성남시 택배 분류장에서 택배노조의 한 간부가 컨베이어 벨트 위로 올라가 비노조원 택배기사의 가슴을 발로 걷어차는 장면이 담겼다. 이 사건은 ‘택배기사 권리 찾기 전국 모임’이라는 네이버 밴드 게시판에 영상이 올라오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 택배노조의 의견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택배노조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과로사 대책 마련과 사회적 합의 이행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부에 건전한 노사관계 정립 위한 대책 요구했지만 ‘묵묵부답’”

문재인 정부가 택배노조에게 날개를 달아줬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2017년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설립필증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3권 보장’ 공약에 따라 처음으로 특수고용직 노조에 노조 설립필증이 발급됐다. 노조 설립필증을 받으면서 단체협약이나 단체행동도 가능해졌다.

반면 대리점주들은 택배기사들의 단체행동에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주장한다. 서울의 한 택배 대리점주는 “택배노조 조합원 비중이 큰 대리점에서 대리점장과 노조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해결 방법은 노조 말을 듣거나 대리점장이 그만두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 6월 원청인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의 직접 교섭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정을 하면서 대리점주들의 설 자리가 더 좁아졌다는 의견도 있다. 중노위는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단독(CJ대한통운) 또는 대리점주와 공동으로 택배기사 노조와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CJ대한통운은 중노위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택배업계는 현재 원청인 택배사와 도급계약을 맺은 대리점이 다시 택배기사들과 위탁계약을 맺는 지입제가 대부분이다. 이런 구조에 더해 중노위 결정까지 나오면서 택배사는 대리점 경영에 간섭하지 않으려 하고, 택배노조는 원청과 협상하려고 하면서 대리점주만 ‘낀’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대리점연합은 이날 “정부에 건전한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대책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며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는 하루빨리 입장을 표명해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