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최근 발의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4법(국민연금법·국가재정법·조달사업법·공공기관운영법)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연금의 투자 기준이나 기금 자산운용지침, 조달 절차 등에서 ESG를 의무적으로 고려할 경우 기업들은 ESG를 강요받게 되고, 결국 효율성보다는 기준 맞추기에 매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코스닥협회 등 5개 경제단체는 ESG 관련 4개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경제계 공동 의견서를 국회 소관 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했다고 2일 밝혔다.

경제계는 “최근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ESG만 앞세우면 비효율적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간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ESG가 기업에 있어 최대의 화두가 된 상황에서 기업은 ESG 경영을 이행할 때 그 자체의 가치뿐만 아니라 효율성도 중요한 요소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개정안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기금의 관리·운용에 있어 ‘수익성’, 공공조달에 있어 ‘조달사업의 공정성과 효율성’, 공공기관 운영에 있어 ‘재무건전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며 “ESG 고려 시 반드시 효율성 부분도 고려해 검토해야 하고, 해당 개정안으로 인해 기금 운용과 거래처 선정 시 기업에게 ESG를 강요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먼저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경우 경제계는 기금 관리·운용 목적은 ‘수익성’이 유일한 목표인만큼 ‘지속가능성’이라는 용어 변경에 따라 확대 또는 확장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주요 연기금도 법률상 기금 운용 목적은 ‘연금수급자의 이익’ 및 ‘최대 수익의 달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제계는 “기금 관리·운용의 목적을 정책적 고려로 좌지우지해서는 안 되며, 오로지 연금수급자인 국민에게 최대의 이익이 보장되도록 관리·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ESG 관련 국제적으로 통일된 공시, 평가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기금에 대해 ESG 요소의 고려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은 성급하다고 주장했다. 경제계는 “기금 운용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기업들을 자의적으로 평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무엇보다 주요국에서도 찾기 어려운 입법례”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재정법은 기금의 일반법 지위를 가지므로 기금의 운용방식을 정하는 개별 법률들을 구속하게 된다”며 “이는 70여 개 기금에 대한 일률적인 ESG 고려 의무화로 개별 기금의 목적을 훼손할 수 있는 무리한 법 개정”이라고 강조했다.

조달사업법 개정안은 ESG에 대한 정보 공개나 평가 기준이 불분명함에도 ESG 요소를 고려하도록 의무화한다면 평가 기준의 객관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평가 기준의 훼손은 정부 예산 낭비나 기업의 준조세 부담, 부정부패와 같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경제계의 시각이다. 또 대기업보다 ESG 경영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의 공공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에 대해선 “이미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사회적 가치를 상당히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총 100점 중 재무성과 지표는 5점에 불과한데 사회적 가치 지표는 24점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공기업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적자 전환해 6000억원 손실을 기록했고, 부채 규모는 397조9000억원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경제계는 “이같은 상황에서 ESG 경영 노력을 의무화하고, 이를 경영실적평가에 반영하면 수익성 개선 노력이 더욱 소홀해져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