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자가 곧 회사의 얼굴이었던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변화하고 있다. 주요 엔터테인먼트업체는 오너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해 ‘창립자 리스크'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28일 엔터테인먼트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창립자이자 최대 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18.73%)의 일부 또는 전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035720)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카카오는 지난 25일 “글로벌 콘텐츠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제휴와 지분투자 등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으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하며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다.

이수만(왼쪽)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와 양현석 전(前)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조선DB

1995년 이 프로듀서가 설립한 SM엔터는 국내 대형 엔터 기업 중에서도 오너 색채가 강한 곳으로 유명하다. 사실상 SM엔터를 시작으로 케이팝(K-POP) 기획사 개념이 처음으로 정립됐고, 이 프로듀서 역시 직원들로부터 ‘이수만 선생님’ 혹은 ‘이수만 회장님’으로 불리면서 26여년 간 오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 측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프로듀서는 지난 2003년 횡령 혐의로 구속됐고, 2010년 결국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여전히 이사진에는 그의 친인척 등 심복들이 배치됐고, 2019년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도 회사 차원의 특별한 조치가 없어 사실상 오너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SM엔터는 지난 2월을 비롯해 2009년과 2014년에 탈세 혐의로 세무조치를 받았는데, 모두 이 프로듀서 관련이었다.

한때 SM엔터와 양대산맥을 이뤘던 YG엔터테인먼트(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역시 창립자이자 오너였던 양현석 전(前) 대표 리스크에 시달린 바 있다. 양 전 대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원정도박 혐의에 이어 소속 가수의 마약 사건을 무마하려 제보자를 보복협박한 혐의를 잇따라 받자 지난 2019년 YG엔터 수장 자리를 내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YG엔터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회사 시가총액은 하이브·SM엔터·JYP엔터 중 유일하게 1조원을 못 넘고 있다.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이사. /조선DB

반면 JYP엔터테인먼트(JYP Ent.(035900))는 기존 창립자 체제 지배구조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진영 JYP엔터 이사는 등기임원이지만, 스스로 대표직에서 물러나 프로듀서로서 콘텐츠 관련 업무만 주력하고 있다. 경영 및 재무관리는 정욱 대표이사(CEO)와 변상복 부사장(CFO)에게 일임했다. 또 집단 프로듀싱 체제를 도입해 본인 의존도를 크게 낮춤으로써, 음반별 기복을 줄여 실적 변동성을 낮췄다.

국내 대형 엔터 3사는 최근 한국거래소 기업분류에서도 각기 다른 변동을 보였다. SM엔터와 YG엔터는 최근 3년간 실적 부진과 관계사 지분법손실 확대가 겹치면서 우량기업부에서 중견기업부로 강등 조처됐다. 각각 13년, 8년만으로 부대사업이 대거 추가되면서 실적 관련 변수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JYP엔터는 이와 달리 우량기업 지위를 유지했다.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정립하면 오너 의중이 반영된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하이브(352820)(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역시 방시혁 창립자는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고, 윤석준 글로벌 CEO와 박지원 HQ(headquarters & Management) CEO와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