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매출의 약 30%가 중국에서 나오는 국내 건설기계업계가 최근 중동 등 신흥 시장 판매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중국 외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최근 중국이 과열된 경기를 진정시키려 일부 공사 일정을 조정하는 등 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27일 건설기계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의 굴착기 판매량은 최근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3월 중국 진출 이래 최다 판매 기록(4592대)을 세운 두산인프라코어는 4월부터 판매량이 주춤하더니 지난달에는 878대에 그쳤다. 4월(2276대)보다는 61%, 전년(2166대) 동기 대비 59% 감소한 수치다. 현대건설기계도 지난달 중국에서 굴착기 876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923대)보다 5% 감소한 것으로, 지난 4월 판매량 1376대와 비교하면 36% 줄었다. 이 회사는 올 1분기 중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1331대)의 두 배가 넘는 3179대의 굴착기를 판매했다.
이들 업체의 중국 판매량이 급감한 이유는 계절적 비수기와 중국 정부의 건설공사 규제가 맞물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 최대 건설기계 수요 시장으로, 두 회사 전체 매출의 30% 이상이 중국에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의 월간 굴착기 판매량은 통계적으로 3월을 고점으로 8월까지 감소세가 지속된다”면서 “중국 정부가 최근 급등한 철강 제품 가격 조정을 위해 일부 공사 일정을 조정하는 등 과열된 경기를 진정시키려 하면서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건설기계업계는 중국 외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매출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국가는 경기 회복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재개하고 있는데, 개발에는 건설기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중동·중남미 지역 광산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도 호재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 17일(현지 시각) 기계·측량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인 트림블과 손을 잡았다. 이번 업무 협약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착기에 트림블의 경사면 제어 솔루션인 ‘굴착기용 토공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해 한 자릿수였던 중동시장 점유율도 올해 연말까지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건설기계는 신흥국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했다. 굴착기 HX 시리즈의 신제품 7종 출시 행사를 지난달 26일 유튜브를 통해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러시아·아프리카·남미 등 140여개국 딜러와 고객이 참여했다. 현대건설기계 임직원이 직접 출연해 영어로 제품 라인업별 핵심개선사항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미국, 중동 등 수출을 늘리고 있는 분위기”라며 “신흥시장에 적합한 현지 맞춤형 장비개발과 고객밀착형 서비스 강화를 통해 판매량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