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광고업계가 드라마·예능·아티스트 등 지식재산권(IP)을 이용한 커머스(commerce·상거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제일기획(030000)이 선보인 온라인 쇼핑몰 ‘제3기획’은 최근 소개 문구를 기존 ‘생활밀착 신문물 상점'에서 ‘콘텐츠 컬래버레이션 숍’으로 변경했다. 2019년 말 출범 당시 제일기획 직원들이 직접 기획한 이색 제품을 주로 판매했지만, 현재는 드라마·예능·게임 등과 협업해 콘텐츠 IP를 활용한 굿즈(기획상품) 상점으로 개념을 확장한 것이다.
제3기획이 판매하는 대표적인 상품으론 스튜디오드래곤(253450)이 제작한 드라마 ‘빈센조’와 협업한 라이터·향수·카드지갑 등 굿즈와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및 종합식품기업 하림(136480)과 함께 만든 삼계탕 패키지 ‘삼뚝이닭’이 있다. 특히, 주인공 빈센조(송중기)가 애용하는 지포라이터는 1·2차 물량이 완판됐고 현재 3차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쇼핑라이브로 판매한 삼뚝이닭 역시 방송 당일 시청자 수가 2만8000여명에 달하는 등 인기를 얻었다.
제3기획 관계자는 “확실한 팬덤이 존재하는 드라마·예능·게임 등 콘텐츠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제3기획의 상품 기획력을 가미해 제품을 기획, 제조, 판매하는 것이 경쟁력 있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M C&C(048550)는 모회사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소속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셀럽브랜드(CELEBRAND)’를 통해 기획·제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셀럽브랜드는 SM C&C가 SM엔터 셀럽(유명인)과 함께 제작·판매하는 제품들의 통합 브랜드다. 셀럽이 직접 자신의 취향, 취미 등이 반영된 최애 관심분야를 선정해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까지 참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달 24일에는 네이버 쇼핑라이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SM엔터 소속 아티스트들이 기획한 제품들을 최대 반값에 판매했다. 보이그룹 슈퍼주니어 김희철의 친환경 대나무 칫솔 및 천연 치약 세트 ‘옳치옳치’, 걸그룹 소녀시대 유리의 홈트레이닝 용품 세트 ‘유리한 홈트’, 배우 김수현의 10대를 위한 립틴트 ‘티인트’ 등이다.
이날 쇼핑라이브 MC는 SM엔터 소속인 슈퍼주니어 신동이 맡았고, 김수현이 특별게스트로 나와 직접 제작한 틴트를 소개하기도 했다. 제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아티스트의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팬들에게 어필하는 셈이다. SM C&C는 브랜드사이트에서 기획 배경부터 제작 과정의 에피소드까지 자세한 제작 스토리를 공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광고회사가 본업이 아닌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 본격적으로 나선 배경엔 급변하는 광고시장이 있다. TV로 대표되는 전통 광고시장이 축소되고 디지털 광고시장이 커지면서, 대중이 아닌 개인의 취향을 저격한 맞춤 광고가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 소비자와 관련한 세밀한 데이터 확보가 필수가 된 것이다.
현대차(005380)그룹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214320) 역시 ‘오지랩(오지랖과 연구소를 혼합한 단어)’이라는 자체 쇼핑몰을 운영 중이다. 소비자의 생활건강이 더 좋아지도록 돕는 제품을 발굴한다는 취지에서 붙인 이름으로, 쇼핑몰은 직장인의 건강·미용·위생 관련 아이디어 제품이 주를 이룬다. 이노션은 또 지난달엔 디지털 퍼포먼스 마케팅 전문 기업 ‘디퍼플’을 인수하기도 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와 관련된 굿즈를 사는 등 팬심에 기댄 소비를 즐기는 추세”라며 “이에 광고회사도 이를 반영한 IP 활용 마케팅을 비롯해 콘텐츠 종합 기업이 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