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물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데, 수입품에 관세가 붙으면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예고한 자동차는 상당한 물량이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백악관에서 가진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아마도 4월 2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연간 1000만대가 넘는 신차가 팔리는 거대한 자동차 시장이지만, 모든 차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다.
주요 완성차 제조사가 공개한 지난해 미국 내 연간 판매량을 보면 제너럴모터스(GM)가 268만9346대로 1위를 기록했고, 도요타가 233만2623대로 뒤를 이었다.
삼성증권(016360)에 따르면 도요타의 미국 내 생산 비중은 전체 판매 차량의 54.7%에 불과하다. 절반에 가까운 물량을 일본 등 해외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들여오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 회사인 GM 역시 미국 내 생산 비중은 67% 수준이다. GM은 인건비가 저렴한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고, 한국에서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Sport Utility Vehicle)을 만들어 미국에 판매한다.
지난해 미국 판매 순위 4위에 오른 현대차그룹 역시 미국 내 생산 비중은 41.9%다. 현대차(005380)는 미국에서 판매한 91만1805대 중 36만1632대를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생산했다. 기아(000270)는 79만6488대를 팔았는데, 이 중 35만4100대만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만들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브랜드의 약 절반이 해외에서 생산돼 들어오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하면 신차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초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가 한 달 유예했다. 멕시코에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자동차 부품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수입 철강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 올랐다. 전체 CPI 구성 항목 중 신차와 중고차·트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6%, 1.9%다. 자동차 보험료 항목은 2.9%, 자동차 수리비는 1.2%의 비중을 차지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CPI에서 자동차 관련 항목의 전체 합산 비중은 약 10%에 이른다”며 “최근 물가 상승에 대한 미국 내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어 관세를 부과하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