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4xe’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내연기관과 배터리가 모두 탑재된 차량) 모델이다.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그랜드 체로키에 PHEV 기술이 적용된 건 처음이다. ‘랭글러 4xe’ ‘어벤저’ 등과 함께 지프의 전동화 전략을 대표하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시승한 차량은 그랜드 체로키 4xe 상위 트림인 ‘써밋 리저브(Summit Reserve)’ 모델이다. 차체는 근육질이지만 곳곳에 섬세한 디자인 요소가 반영된 덕분에 날렵하고 우아한 인상을 줬다. 실내 공간은 여유롭고 다소 투박하게 느껴지는 다른 지프 차량보다 화려한 편이었다.

그랜드 체로키 4xe. /권유정 기자

차량 전장(앞뒤 길이)은 4900㎜로 현대차 팰리세이드보다는 95㎜, 제네시스 GV80보다는 40㎜ 짧다. 전폭(좌우 너비)은 1980㎜, 전고(높이)는 1790㎜, 휠베이스(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간의 거리)는 2695㎜다. PHEV 모델인 만큼 배터리가 탑재돼 공차중량은 2555㎏으로 육중하다.

전면부는 나란히 배열된 7개의 직사각형(세븐-슬롯) 그릴과 날렵하게 다듬어진 헤드램프가 어우러진 가운데 친환경 모델임을 강조하는 푸른색 지프 레터링이 눈에 띈다. 측면과 후면부의 각진 라인과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날렵한 지붕 라인은 균형을 이루면서 견고한 이미지를 더한다.

그랜드 체로키 4xe. /권유정 기자

실내 공간은 1, 2열 좌석 모두 여유롭다. 특히 내부 디자인은 지프의 상징이기도 한 거친 오프로더 느낌과 거리가 있다. 푹신한 착좌감을 제공하는 브라운색 가죽 시트는 마치 대형 세단에 탑승한 듯하다. 트렁크 용량은 490~2390리터(L)로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나 캠핑, 낚시, 스키 등 각종 레저 활동에도 충분해 보였다.

그랜드 체로키 4xe. /권유정 기자

10.2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조작하기 편리하고 기능적으로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매킨토시 사운드 시스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매킨토시는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명품 오디오 브랜드다. 저음에 특화된 탓인지 음악 장르에 따라 음질이 갈라지고 스피커 주변으로 웅웅거리는 진동이 거슬렸다.

시동을 걸 때도 PHEV 차량과는 어울리지 않는 거친 엔진음과 진동이 느껴진다. 하지만 막상 주행을 시작하면 경사로를 오를 때를 제외하면 크게 거슬리는 소음은 없었다. 고속으로 달릴수록 주행 안정성이나 안락한 승차감이 두드러졌는데, 거대한 체격에도 부드럽게 밀고 나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랜드 체로키 4xe. /권유정 기자

그랜드 체로키 4xe은 272마력, 40.8kg.m의 토크를 내는 2.0L 가솔린 터보 엔진, 두 개의 전기 모터가 탑재돼 최대 375마력까지 발휘한다. 전기 모터만으로는 약 33㎞를 달릴 수 있다. 차량의 공인 연비는 12.0km/L(가솔린, 전기 복합)이며 개별 효율성은 8.8km/L와 2.3km/kWh다.

그랜드 체로키 4xe./권유정 기자

안전 및 편의사양도 110개 넘게 탑재됐다.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앞차와 거리 유지하며 속도 조절), 보행자 감지 긴급제동장치, 사각지대 및 후방교행모니터링 등이 기본 사양으로 제공된다. 써밋 리저브 트림에는 주차 및 출차보조, 교통표지인식, 졸음감지기능, 나이트비전(사람·동물 감지) 등이 더해졌는데 센서가 다소 예민해 주행 도중 경고음이 잦았다.

할인 등이 적용되지 않은 판매 가격은 다소 부담스럽다. 국내에 판매되는 그랜드 체로키 4xe의 트림별 가격은 리미티드 9440만원, 써밋 리저브 1억1190만원이다. 지난해 11월에는 75대 한정으로 최대 2436만원 금융 혜택이 적용돼 리미티드와 써밋 리저브를 각각 7000만원, 8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