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영업사원 A씨는 온라인 한정판 모델을 판매한다는 본사 공지가 뜨자 판매 시작 시각에 맞춰 근처 PC방으로 갔다. PC방은 인터넷 속도가 빨라 제품을 구입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A씨는 열심히 마우스를 클릭한 끝에 한정판 30대 중 4대를 가져갔다.
A씨는 이후 고객들에게 ‘이번에 온라인으로 판매한 한정판을 어렵게 구했으니, 관심이 있으면 연락 달라’는 메시지를 돌렸다. A씨는 “다른 딜러사 영업 사원들이 이런 방식으로 영업한다는 걸 늦게 알아 이전에 나온 한정판은 모두 놓쳤다”며 “한정판 공지가 뜨면 전국 모든 영업사원이 PC방에 간다는 얘기가 돈다”고 말했다.
온라인 한정판은 희소성 때문에 소비자 관심이 높다. 이 때문에 수입차 회사들은 온라인 한정판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한국법인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최근 온라인에서 39대만 판매한 GLE 450 4매틱 온라인 스페셜은 가격이 1억3000만~1억4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판매 1시간 30분 만에 모두 팔렸다.
BMW가 가수 지드래곤을 홍보대사로 내세워 국내에 8대를 판매한 XM(2억5300만원)은 온라인 추첨 경쟁률이 115대 1에 달했다. 볼보는 XC40 세이지 그린 에디션이라는 한정판 제품을 국내에 25대 판매했는데, 3분 만에 동이 났다. 아우디, 랜드로버, 지프 등도 올해 온라인 한정판을 내놨다.
수입차 업계는 온라인 한정판의 인기가 과장됐다고 본다. 짧은 시간에 모두 팔린 것은 실제 소비자가 구매한 것이 아니라 영업사원이 다시 팔기 위해 선점한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 물량이 다 팔린 것은 영업사원이 먼저 계약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업사원들은 확보한 한정판을 전시장 방문 소비자나 본인이 관리하는 소비자에게 다시 판매한다. 현재의 온라인 판매는 계약만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차 값 지급 등 실제 구매는 대부분 영업 현장에서 마무리된다. 영업사원이 한정판을 얼마든지 선점해 되팔 수 있는 구조다.
고가품인 수입차를 주로 구매하는 소비층은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지 않다. 과거에 비해 20~30대 소비자의 수입차 구매가 늘었으나 개인 구매의 70% 이상은 40대 이상 소비자가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