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E를 주관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모터스포츠 팀마다 배터리를 자체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으면 합니다. 배터리는 전기차에 가장 중요한 부품이어서 경주차의 성능을 확 바꿀 수 있죠.”
토마스 로덴바흐 포르쉐 모터스포츠 회장은 지난 12일 포뮬러E 경기가 열리는 서울잠실종합운동장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개별로 경주차를 만드는 F1과 달리, 포뮬러E는 공식 경주차 ‘젠2(GEN2)’를 똑같이 쓴다. 젠2는 최대 출력 250㎾,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2.8초, 최고 속도 280㎞/h의 성능을 발휘한다. 포뮬러E에 참여하는 팀은 젠2의 섀시와 차체, 배터리, 타이어를 바꿀 수 없고, 파워트레인의 인버터·트랜스미션(변속기), 서스펜션은 팀 색깔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물론 F1도 요즘은 차량 성능을 가급적 균등하게 맞추고 제조사들의 기술력 시연회가 아닌 드라이버 간의 경쟁으로 대회 색깔을 바꾸고 있지만, 포뮬러E는 F1보다 차량 규정이 꽤 엄격한 편이다. 포뮬러E는 드라이버의 실력이 성패를 많이 좌우하는 대회로,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차량을 제조하며 르망24시에서 화려한 우승 경력을 쌓은 포르셰 입장에선 불리한 측면이 있다. 태그호이어 포르셰 포뮬러E팀의 올 시즌 현재까지 종합 성적은 11개 팀 중 6위로, 포르셰의 이름값을 고려하면 성적이 기대만 못 하다. 작년엔 12개 팀 중 8위였다.
로덴바흐 회장은 “다른 제조사나 FIA와 논의가 필요한 조심스러운 주제지만, 현재 많은 팀들이 파워트레인 개발에서 최적의 효율성을 찾으며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됐다”면서 “내년부터 대회에 도입되는 경주차 ‘젠3′부터 배터리를 팀마다 자체 개발하게끔 하면 포뮬러E 대회가 넥스트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덴바흐 회장은 그렇기 때문에 젠2에 기반한 포르셰의 포뮬러E 경주차 ‘포르셰 99X 일렉트릭’의 특징은 파워트레인보다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워트레인이 물론 차별점이지만, 그 부품만으로 차를 특정지을 수는 없다”면서 “부품을 작동·운영하는 컨트롤 시스템이 (다른 팀과 비교했을 때) 차별점이다. 양산차도 하드웨어만 보고 차가 좋다고 할 수 없고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듯, 포뮬러E에서도 경주차의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컨트롤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로덴바흐 회장은 이번 서울 대회에서 “시상대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서울에서 열리는 첫 대회라 새로운 트랙을 달린다는 점이 어려운 점인데, 모든 팀들에게 마찬가지일 것 같다”면서 “도심에서 포르셰의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신나고 즐겁다. 포르셰가 갖고 있는 강점을 통해 포디움(시상대)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플로리안 모들링거 팩토리 모터스포츠 포뮬러 E 디렉터는 “포뮬러E는 다양한 모터스포츠 중에서도 ‘지금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력을 테스트하는 가장 치열한 경쟁의 장”이라면서 “연구소에서 볼 수 있는 수치가 아닌 실제 현장에서 보는 테스트 라운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