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기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급 측면에서도 충격이 이어지면서 핵심 원료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료값 급등이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의 개화를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톤(t)당 4만2995달러(약 5312만원)로, 전년 대비 132.5% 올랐다. 지난달 평균 가격보다 77.8% 올랐는데 직전일 대비로 봐도 하루 새 44.3% 급등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는 8일(현지 시각) 니켈 가격이 2007년 기록한 최고가(5만1800달러)를 뛰어 장중 한 때 10만달러를 넘으면서 니켈 거래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LME는 “니켈 가격이 전례 없는 상승했다”며 “거래를 며칠 더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다.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이나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양극재를 사용하는데, 양극재 내 니켈 비중이 높을수록 전기차 주행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에 배터리 업계는 현재 60% 수준인 니켈 함량을 80~90%까지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생산과 물류 차질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면서 공급 부족은 만성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전 세계 니켈의 10%를 생산하고 있다. 니켈뿐 아니라 다른 원자재 가격도 급등세다. 코발트 가격은 t당 7만9000달러로, 전년보다 50% 넘게 올랐고, 구리, 알루미늄 등 주요 광물 가격도 급등세다.
배터리 핵심 원료 가격이 치솟으면 전기차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에는 배터리 생산 비용이 꾸준히 낮아지면서 전기차 가격이 경쟁력을 갖게 됐고 이 덕분에 전기차 시대가 개막했지만, 다시 전기차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게 된 것이다. 배터리 생산 비용의 70∼80%가 원자재 비용이라 주요 원자재의 가격이 오르면 배터리 가격도 함께 오를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