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와 글로벌 반도체 품귀난으로 신차 출고가 지연되는 동안 국내 수입차들의 인증 중고차에 대한 인기가 폭등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는 4년 사이 3배 가까이 몸집을 키우고 있으며 수입차 업계는 앞으로도 국내 인증중고차 사업을 확대할 전망이다.
25일 국내 주요 수입차 브랜드의 5년간 인증 중고차 시장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와 반도체 영향이 없었던 2017년 대비 모두 시장규모가 늘었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수입차시장 판매 1위를 지킨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2017년 3780대에 불과했던 인증 중고차 판매가 지난해 9700대까지 늘었다.
벤츠와 1위 자리를 다투는 BMW도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다. 2017년 8955대를 판매하던 BMW는 2018년에 8100여대까지 떨어졌으나 2020년 처음 1만대를 넘어선 뒤 지난해에는 1만2000대를 넘겼다. 2017년 1800대를 판매했던 아우디는 2021년 255%늘어난 4600대를 판매했다. 아우디코리아는 2018년에 이례적으로 인증 중고차를 5000대 넘게 판매했는데, 당시 대기환경보전법 준수를 위해 A3 세단 3000여대를 40% 할인한 가격으로 인증 중고차 시장에 내놓았었다.
독일 3사 외 다른 수입차 브랜드도 이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국내시장과 글로벌에서 모두 역대 최다 신차를 판매한 포르셰는 국내 인증 중고차 시장에서도 최다 기록을 세웠는데, 2017년 209대에 불과했던 포르셰의 인증 중고차 판매량은 지난해 393% 오른 822대로 집계됐다. 하이브리드모델로 인기가 높은 렉서스도 364대에서 1306대로 늘었으며 2018년 인증중고차 시장에 뛰어든 볼보도 첫해 242대에서 지난해 1030대로 늘어났다.
인증 중고차는 전시차와 시승차를 포함해 고객들이 타던 차량을 수입차브랜드가 매입해 다시 판매하는 차량이다. 일반 중고차와 달리 인증 중고차는 각 회사가 상품을 직접 확인해 수리한 뒤 고객에게 판매해 품질에 대한 불만이 적다.
통상 인증 중고차는 일반 중고차보다 비싸지만, 매매과정이 투명하다. 이때문에 각 브랜드가 중고차 가격을 방어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인증 중고차를 구매하는 고객은 신차와 동일하게 제조사의 보증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인증 중고차를 포함한 중고차 시장의 호황은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신차 공급난의 영향이다. 신차 공급 기간이 길어지면서 인기 수입차는 물론 국내 인기 모델을 구매하려면 6개월에서 1년 이상을 대기해야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벤츠의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는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업체의 내수 판매량은 일제히 감소했으나 수입차 판매는 역대 최다기록을 달성했다. 수입차업체들은 앞으로도 인증중고차 판매를 강화할 전망이나, 현대차(005380)나 기아(000270)를 포함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중고차 매매 업체들의 반발로 3년째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