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공개채용을 시작한 기아의 엔지니어(생산) 직군에 약 5만명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약 100명을 뽑는 소규모 채용이지만, 최근 구직난 상황과 그간 생산직군을 뽑지 않던 기아의 정규직 채용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000270)가 지난 13일까지 채용지원서를 받은 결과 4만9432명의 인원이 지원했다. 그동안 기아는 친환경 모빌리티 업체로의 전환을 위해 연구직 등은 지속적으로 채용해왔으나 생산직을 모집한 것은 2016년말 이후 처음이다. 기아는 이번 채용에서 100명 내외의 인원을 선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약 5만명이 몰리면서 경쟁률이 약 500:1에 달할 전망이다.

기아 소하리공장./조선DB

이번에 채용된 인원은 내년 1월에 입사해 경기도 광명과 화성, 광주 오토랜드 등에서 근무하게 된다. 기아 생산직은 수당을 포함하면 초임 연봉이 6000만원을 넘고 기숙사 지원과 신차 구매 할인 등 사내 복지가 좋아 ‘꿈의 직장’으로도 불린다. 앞서 2012년도에 기아가 생산직 신입사원 240명을 채용하는데 2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었다.

그동안 기아는 사내 하도급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정체, 미래차 경쟁력 확보 등으로 생산 정규직을 충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정년 퇴직자가 늘면서 신차 생산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기아의 정규직 생산직 근로자는 현재 2만3000명 수준인데, 기아 노조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7266명이 정년 퇴직할 예정이다.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수가 적은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는 도장이나 조립부 라인 일부가 자동화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조립부 의장라인에서는 아직까지 조립하는 인력이 필요하다.

이번 채용 직전 노조 일부에서는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 자녀에 대한 우선 채용을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기아의 단체협약에는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채용에 관한 조항이 있다. 하지만 노조 내부에서도 ‘현대판 음서제’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공정한 절차를 통해 인력을 뽑기로 했다.

채용인원은 100명을 밑돌 수도 있다. 현대차(005380) 역시 친환경차 전환에 따른 생산직 필요 인원이 줄어 현대차 생산직군을 기아 공장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장별 노조들이 생산물량을 차지하기 위해 소위 ‘밥그릇 싸움’을 했던 전주공장은 충분한 생산물량을 배치받지 못해 지난 15일까지 아산과 울산공장에 이어 기아 소하리, 광주공장까지 전환배치를 신청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