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고차 시장에는 믿을 수 있는 중고차 업체가 없어 거래되는 중고차 품질이 낮고 가격이 제각각인데, 그 피해를 고스란히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불합리한 시장 상황을 개선하려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8일 ‘중고차 시장,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열린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총 55만4564건, 약 2900억원의 중고차 거래 사기가 발생했는데, 이를 환산해보면 하루에 발생하는 중고차 거래 사기가 217건에 이르고, 하루 피해 금액은 약 1억1000만원에 달한다는 의미”라며 이같이 말했다.
곽 사무총장은 “소비자 편익을 위해 수준 높은 품질관리와 사후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한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인 사고 여부, 성능 등 차량 상태는 해당 차량을 직접 만드는 완성차 업체에서 가장 잘 파악할 수 있고, 해당 업체와 연계된 수리점을 통해 보증·수리도 용이하다는 것이다. 특히 곽 사무총장은 “현재 수입 완성차 업체는 중고 자동차를 매매하고 있는데 유독 국내 완성차 업체만 규제하는 것은 국산차 이용자를 차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2013년 이후 6년간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제한됐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2019년 11월, 중고차 매매업을 더이상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기존 중고차 매매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권명중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가진 정보가 크게 달라 품질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지 않고, 구매자의 예약가격이 평균품질가격으로 수렴함에 따라 고질의 중고차 판매자가 시장 철수해 결국 저질의 중고차 거래만 일어나는 ‘시장실패’가 발생했다”며 “판매자는 전문 대리인을 고용해 제품 품질을 보증하는 등의 시장실패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중고차를 매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에 나온 중고차의 품질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전문가가 판매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대기업에 중고차 시장을 개방하면 부품업체들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면 거래 중고차에 대한 엄밀한 검사와 불량 부품 교체, 인증이나 보증이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며 “자동차 부품 업체의 시장 확대 등 부수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