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잘된 건 자기 덕이고 뉴진스 욕먹을 땐 뒤로 숨는 주변 어른들은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를 조작해 지배력 강화) 멈춰.”

“6명(뉴진스 멤버 5명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지칭)을 위해 행동하는 NJZ(뉴진스의 새 활동명) 말고 5명을 위한 뉴진스를 응원해.”

“뉴진스는 어도어와 대화하라.” “승산 없는 소송 멈추고 이제는 무대로 돌아와 줘.”

28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서 버니즈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등을 겨냥, "가스라이팅 멈춰"라며 트럭 시위하고 있다. /독자 제공
버니즈가 트럭 시위를 통해 "소송을 멈추고 무대로 돌아와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독자 제공

뉴진스 팬덤(fandom·충성 고객)인 ‘버니즈’ 일부 팬들이 28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352820) 사옥 앞에서 이런 내용을 내보내며 트럭 시위에 나섰다.

전날 “팀버니즈는 팬덤 전체의 의견이 아니다”, “6인조라더니 위약금은 뉴진스 5명 몫” 등의 문구를 송출한 데 이은 것이다.

핵심 메시지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속사 어도어와의 분쟁을 끝내고 무대 위로 복귀해 달라’는 것이다. ‘뉴진스 팬덤’이라고 주장해 온 팀버니즈와는 상반된 행보여서 주목받는다.

팀버니즈는 전속 계약 분쟁에 직접 개입하는 등 통상적인 K팝 팬덤과는 다른 이례적인 행보로 실체에 의심을 받고 있다.

팀버니즈는 지난 21일 법원이 뉴진스의 독자 활동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린 지 4일 만인 25일 입장문을 내고 “현재 많은 버니즈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을 모두 인지하고 있다”면서 “멤버들의 부모님, 뉴진스 측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 등 다수의 법조인과 접촉해 현 상황을 심층적으로 논의 중이며, 이와 관련 주요 법적 쟁점을 정리한 입장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다음 날인 26일 추가 입장문을 통해 “팀버니즈는 하이브 및 어도어와 함께 할 수 없다는 멤버들의 뜻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빠르게 이의제기 절차를 완료하고 다른 재판부가 심리하는 항고 절차를 즉각적으로 밟고자 한다”고 했다.

팬들을 걱정하고, 향후 행보에 대해 공지하는 내용이 뉴진스나 보호자인 부모 계정이 아닌 팬덤을 자처하는 조직의 입장문을 통해 알려진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커뮤니티 등을 통해 흘러나왔다. 팬클럽이 전속계약 분쟁에 직접 개입해 아티스트, 법무법인과 대책을 논의하고 반복적으로 입장문을 내면서 여론몰이에 나서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지난 26일 팀버니즈는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만이 뉴진스와 신뢰 관계를 쌓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팀버니즈 입장문 캡처

특히 이날 입장문에는 ‘민희진 전 대표가 없는 어도어와는 계약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담겼다.

팀버니즈는 멤버들과 신뢰 관계를 맺은 대표는 민희진인데, 부당 해임됐으며 그가 없는 어도어와는 수많은 감독·제작자들이 협업을 원치 않고 있다고 했다(위 입장문 캡처 참조). 이는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의 경영권 갈등 내내 주장했던 내용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팀버니즈는 멤버 하니의 국회 국정감사 출석을 지지하고, 다수의 국회의원에게 하이브 관계자의 출석을 요구하기 위해 전화, 문자, 팩스 등으로 공세를 펼친 전력이 있다. 아티스트가 정치에 엮이는 것을 일종의 금기시하는 것과 배치되는 행보다. 국감 직전엔 빌리프랩(하이브의 또 다른 소속사) 아일릿의 기획안과 어도어 뉴진스 기획안 비교 자료를 입수했다며 기업의 대외비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빌보드 칼럼니스트가 민 전 대표의 어도어 내 성희롱을 은폐한 사건 관련 취재 과정에서 하이브 측과 민 전 대표의 입장을 받았던 것과 관련해서도 “하이브가 2024년 초 미국 현지 홍보대행사 ‘TAG’를 인수했으며, 이 회사를 통해 (민 전 대표를 비방하는)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의심이 제기된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TAG를 통해 빌보드가 민 전 대표를 음해하는 기사를 쓰도록 했다는 취지다.

논란이 지속되자 해당 칼럼니스트는 민 전 대표와의 대화를 공개하며 TAG를 통해 성희롱 은폐 사건 관련 하이브 측 입장을 받고 마찬가지로 민 전 대표에게도 이를 요구한 사실을 알리기도 했었다.

최근 일부 팬의 트럭 시위 관련해서도 팀버니즈 측은 “이들은 버니즈가 아니다. 어리석고 이기적인 행동이다”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