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이 최근 들어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양대 팬덤(fandom·충성 고객) 플랫폼인 위버스와 디어유(376300)의 이용자도 뒷걸음질 치는 등 제동이 걸렸다.
팬덤 플랫폼은 좋아하는 아티스트 관련 다양한 상품·서비스를 소비하면서 팬 활동도 펼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말한다.
K팝 시장을 사실상 이끌어 온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팀 활동이 부재했던 것이 표면적으론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올해 이들 활동이 재개될 전망이지만, 팬덤 플랫폼이 다시 활기를 띨지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27일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하이브(352820)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운영하는 위버스컴퍼니의 2024년 매출은 2556억원으로 전년보다 2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손실도 107억원 규모로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팬덤 플랫폼 ‘버블’을 운영하는 에스엠(041510)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디어유(376300)의 사정도 비슷했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749억원으로 1년 전(757억원)보다 1.3%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286억원에서 254억원으로 1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팬들을 유입시키는 주요 아티스트의 이탈이나 활동 부재가 영향을 미쳤다. 위버스의 월평균 활성 이용자 수(MAU)는 2023년 3분기 106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래 지난해 4분기 940만명대까지 주저앉은 상황이다. 월 4500원에 팬·아티스트가 1대1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유료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 디어유 역시 같은 기간 구독 수가 230만에서 190만까지 미끄러졌다.
이런 팬심은 K팝 시장에 번지고 있는 불안감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2023년 처음 열렸던 ‘K팝 1억장 판매 시대’는 1년 만에 저물었다. 한국음반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K팝 실물 음반 판매량은 9890만장으로 전년(1억2020만장) 대비 17.7% 감소했다.
작년 한 해 실물 음반 수출액은 약 4238억원(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기준)으로 전년(약 4215억원) 대비 0.55%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5년 이후 10년 만에 K팝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팬덤 플랫폼은 유료화 모델 도입, 해외 진출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위버스는 버블과 유사하게 아티스트와 팬이 1대1로 대화할 수 있는 구독형 채팅 서비스 ‘위버스 DM’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12월 광고 없는 영상 콘텐츠와 자동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멤버십도 내놓으며 흑자 전환에 승부수를 띄운 상태다. BTS 완전체 컴백과 함께 신규 가입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에스엠 자회사로 편입된 디어유는 라이즈(RIIZE), NCT위시 등 에스엠 주요 아티스트 입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텐센트뮤직과 손잡고 이들 앱 안에서 버블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면, 중국 아티스트의 입점도 추진해 가입자 범위를 늘린다는 포부다.
학계에선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팬덤 플랫폼이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론 팬을 단순히 소비자가 아니라 아티스트를 함께 키워 나갈 전략적 동반자로 고려하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