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파격적인 ‘반값 구독료’ 이벤트를 진행 중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구독료를 인상하거나 광고 요금제를 통해 이용자층을 넓히는 선두 업체 넷플릭스·티빙과 달리 디즈니+는 이용자 수가 감소하는 흐름이 이어질 때마다 한 번씩 반값 구독료를 내세우고 있다.

2021년 11월 한국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는 ‘콘텐츠 명가’인 월트디즈니 컴퍼니의 OTT로써 ‘넷플릭스 대항마’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출범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주목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자 고육지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디즈니+는 오는 31일까지 스탠더드와 프리미엄 연간 구독권을 각각 5만9400원, 8만3400원에 이용할 수 있도록 4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매달 9900원(스탠더드)을 내야 하는 월간 멤버십 구독료 기준 딱 반값인 월 4950원에 디즈니+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영상 화질이 최대 4K(3840×2160 해상도)에 동시 접속이 4명까지 가능한 프리미엄도 월 6950원에 이용할 수 있다.

그래픽=정서희

가장 큰 이유는 대작 공개에도 이에 미치지 못하는 가입자 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디즈니+의 월 활성 이용자 수(MAU)는 256만7992명으로 OTT 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넷플릭스(1345만1922명)는 물론, 680만명 안팎의 이용자들을 잡고 있는 쿠팡플레이·티빙에 비해서도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23년 8월 ‘무빙’ 공개 직후인 그해 9월 430만명까지 월 이용자를 모으며 OTT 시장을 흔들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수치다.

디즈니+는 지난해 말 출범 3주년을 계기로 2025년 ‘텐트폴(tentpole·흥행이 보장된 대작) 콘텐츠’를 쏟아내는 전략으로 반전을 꾀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실제 지난해 12월 ‘무빙’으로 디즈니+에서 흥행성을 검증했던 인기 웹툰 작가 강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조명가게’와 올해 1월 배우 김혜수 주연의 ‘트리거’를 잇따라 선보인 것도 그 일환이었다. 그럼에도 MAU는 300만명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초 상반기 공개를 확정한 배우 김수현 주연의 기대작 ‘넉오프’도 최대 리스크를 만났다. 제작비만 600억원이 투입된 이 작품은 김수현이 미성년자였던 고(故) 김새론과 교제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공개가 보류됐다. 넉오프 시즌2도 촬영이 중단됐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로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뀐 평범한 회사원 성준(김수현)이 ‘짝퉁 왕’으로 변모해 가는 이야기를 그린 넉오프는 드라마 ‘눈물의 여왕’으로 흥행성을 검증한 김수현을 내세워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까지 겨냥한 작품이었다.

위에서부터 배우 김수현 주연의 '넉오프', 배우 박은빈 주연의 '하이퍼나이프' 스틸 컷. /디즈니+

미디어 업계에선 그러나 디즈니+의 성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OTT 시장이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티빙·웨이브로 재편을 앞두고 있어 기회가 남아 있는 데다 국내에서 대규모로 투자를 지속할 자본력이 있는 곳이 넷플릭스, 디즈니+ 정도이기 때문이다.

한국 콘텐츠를 아시아 시장에 공급한다는 관점에선 역할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콘텐츠 유통업체인 뉴아이디의 공동 창업자 김조한 상무는 “국내 시장에 대한 고민은 있겠지만, 한국 콘텐츠를 즐기는 아시아 국가들이 많다는 점에서 디즈니+가 대규모 투자를 지속할 명분은 있다”며 “‘무빙’ ‘조명가게’ 등 히트작이 하나둘 나오고 있어 대작이 한 번 나와 준다면, 얼마든지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즈니+는 지난 19일 배우 박은빈, 설경구 주연의 메디컬 스릴러 ‘하이퍼나이프’를 선보이며 구독료 파격 인하와 함께 승부수를 띄운 상태다.

이 외에도 상반기 배우 손석구, 김다미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나인 퍼즐’이, 하반기 ‘범죄도시’ ‘카지노’의 강윤성 감독이 연출을 맡고, 배우 류승룡, 양세종, 임수정이 출연하는 ‘파인: 촌뜨기들’이 각각 공개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