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운용 기관인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한국벤처투자 대표에 이대희 전 중기부 기획조정실장이 깜짝 내정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개별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벤처캐피털(VC)이 조성하는 벤처 펀드에 출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매년 중기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각 정부 부처로부터 예산을 출자받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약정액은 9조8617억원에 달한다.
당초 한국벤처투자 대표에는 변태섭 중기부 기조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었다.
21일 업계를 종합해 보면, 변 전 실장은 한국벤처투자 대표 최종 후보로 대통령의 최종 임명 절차만 앞둔 상태에서 계엄 사태로 고배를 마시게 됐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다.
선포 이전 대통령 재가를 받았던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이 또 다른 중기부 산하기관인 창업진흥원장에 예정대로 선임된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실장이 한국벤처투자 수장으로 물망에 오른 배경은 지난 1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장 인사를 재개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최 대행은 공공기관장 인사를 더는 미룰 수 없으며, 대통령 재가가 나지 않은 곳의 경우 인사를 원점 재검토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실장은 최 대행과 ‘서울대’, ‘기재부’ 출신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 전 실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영국 버밍엄대(경영학 석사)를 졸업했고, 1994년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재부에서만 26년간 근무한 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기재부 사회정책과장, 물가정책과장, 인력정책과장, 경제구조개혁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반면 변 전 실장은 고려대(행정학), 미국 워싱턴대(행정학 석사)를 졸업했고 행정고시 38회로 1996년 공직에 입문한 이래 중소기업청과 중기부에서만 25년 넘게 근무했다. 벤처 분야에 대한 이해가 깊어 한국벤처투자 대표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업계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한국벤처투자 대표를 노리던 정치권 인사 상당수가 조기 대선을 향하고 있는 점도 이 전 실장의 대표 내정이 막힘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보인다”며 “변 전 실장은 한국벤처투자 대표 지원을 위해 선제적으로 사표를 냈던 반면 이 전 실장은 대표 내정을 확정 짓고 16일 사표를 냈다. 두 사람의 희비가 엇갈린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2005년 출범 이후 증권사나 VC 등 민간 출신이 이끌어 온 한국벤처투자 새로운 수장에 관료가 첫 내정되면서 업계 안팎에선 기대와 우려가 나온다. 중기부 출신들이 갈 수 있는 굵직한 자리를 만든 것이지만, 가뜩이나 중기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기관 운영이 더욱 의존적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