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경영을 해달라.”

“김앤장 고문 두 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이사회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

21일 에너지 기업 삼천리(004690) 정기주주총회 현장. 오전 9시 서울 여의도동 삼천리빌딩에는 주총에 참석하려는 삼천리 주요 경영진과 주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날 삼천리는 2024년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외이사 선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 등 주총에 상정한 총 5건의 안건을 모두 의결했다.

주총은 약 1시간 진행되며 전반적으로 큰 문제 없이 진행됐지만, 주주 요청과 사외이사 선임 등 의결한 안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이찬의 삼천리 부회장이 21일 서울 여의도동 삼천리빌딩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삼천리 제공

우선 ‘주주 가치 제고’였다.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주가 부양과 현금 배당액 상향 등 삼천리가 주주의 이익을 보다 고려한 경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주총 의장을 맡은 이찬의 삼천리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단기적으로 배당액 상향 등도 고려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기업 본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삼천리는 1주당 현금 배당금을 전년과 같은 3000원으로 의결했다.

삼천리 주총 약 일주일 전에는 기업 오너인 대주주, 경영진을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 14일 삼천리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반대를 권고했다.

현재 삼천리는 이찬의 대표이사 부회장과 유재권 대표이사 사장 등 전문경영인 체제로, 오너 2세인 이만득 명예회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 명예회장의 딸인 이은선 미래사업 총괄 부사장과 조카인 이은백 전략 총괄 사장도 오너 3세로 삼천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왼쪽부터 삼천리 이만득 명예회장, 이은백 사장, 이은선 부사장. /그래픽=정서희

이날 삼천리는 주총에서 이동규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같은 회사의 김도인 상임고문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들을 감사위원으로도 선임했다. 이동규 고문은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을 역임했고, 김도인 고문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담당 부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로써 삼천리의 사외이사 3명 중 2명이 김앤장 소속으로 구성됐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동일 로펌 소속 2명의 사외이사를 선임, 이사회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삼천리 관계자는 “이동규 고문은 공정거래분야 전문가이고, 김도인 고문은 회계·재무 분야 전문가로 각각의 역할이 다르다”며 “삼천리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과 이해관계가 없고 사외이사·감사위원회 위원으로서 이사회의 투명성 및 독립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천리는 정관 일부 변경을 통해 ‘연구 용역 과제 수행’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다양한 환경 분야 국책과제 수행을 위한 차원이다. 삼천리는 폐기물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이용해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자원순환 사업을 추진하는 등 친환경 사업 역량을 축적해 왔다.

한편 삼천리는 지난해 매출 5조1205억원, 영업이익 114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9.5%, 34.4%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