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위축됐던 한국의 공연·스포츠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2023년 국내 공연 예술 시장 매출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4년 한국 프로야구도 사상 첫 연간 관중 1000만 명을 기록했다. 공연·스포츠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티켓 공급이 한정된 탓에 2차 티켓을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2차 티켓은 공식 예매처에서 한 번 판매된 티켓이 전문 플랫폼 또는 중고 거래 플랫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다시 한 번 거래되는 티켓을 의미한다. 한국소비자학회가 2024년 10월 소비자가 2차 티켓을 왜 사고파는지 조사했더니, 판매자는 티켓 구매 후 필요가 없어져서, 구매자는 공식 매진된 티켓을 구하기 위해 2차 티켓을 주로 거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 티켓은 개인 간 직거래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기나 폭리 피해도 적지 않다. 매크로 프로그램(자동 반복 프로그램· 이하 매크로)을 악용해 티켓을 사재기한 뒤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이른바, ‘스캘핑(영리 목적의 대량 구매)’도 기승을 부린다. 이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자, 정부는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웃돈을 주고 티켓을 거래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공연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암표와 2차 티켓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개인 간 선의의 거래까지 규제 대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코노미조선’은 2월 14일 특별 좌담회를 열고, 건전한 2차 티켓 시장 조성을 위한 개선 방향과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윤혜선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주희 동덕여대 문화지식융합대학 교수, 티켓 거래 플랫폼 티켓베이 운영사인 팀플러스의 한혜진 대표가 이번 좌담회에 참석했다. 좌장은 유효상 유니콘경제경영연구원 원장이 맡아 토론을 주재하고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2차 티켓 거래를 전면 규제하는 것은 개인 재산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으며, 시장이 음성화되면 부정 거래를 단속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신 매크로 악용을 차단하는 제도적·기술적 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시장을 양성화하고 육성할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유 원장과 전문가들 일문일답.
한국소비자학회에서 최근 실시한 2차 티켓 거래에 관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가 궁금하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이하 이홍주) “이번 조사를 통해 2차 티켓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선 2차 티켓 거래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33점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소비자가 공식 예매처에서 매진된 티켓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2차 거래를 이용하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불안 요소도 상당하다는 점을 시사하며 중고 거래 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2차 티켓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플랫폼의 신뢰도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수수료 등 거래 비용이 들더라도 안전한 거래를 담보하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 나타난 것처럼 소비자가 2차 티켓을 거래할 때 가장 우려하는 게 사기 피해다. 전문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안전한 거래가 가능한가.
한혜진 팀플러스 대표(이하 한혜진) “그렇다. 2차 티켓 거래 플랫폼에선 ‘에스크로(결제 대금 예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2차 티켓 구매자가 안전하게 공연을 보고 난 뒤, 거래를 확정하면, 판매자에게 대금이 지급되는 구조다. 그래서 사기 사건이 발생하기 어렵다. 수수료 또한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가 부담하는 형태다. 정가 혹은 정가 이하로 판매되는 티켓은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전문 플랫폼이 존재하는 데도 2차 티켓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2차 티켓은 정가보다 비싸게 팔린다는 부정적 인식 탓도 큰 것 같다.
김주희 동덕여대 문화지식융합대학 교수(이하 김주희) “2차 티켓의 경우 재산권 문제보다는 ‘사회적 이슈’로 보는 시각이 너무 지배적인 것 같다. 이를테면 특정 아티스트의 티켓을 구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언론에 보도되고, 매크로를 통한 실제 거래 금액과 제시된 금액이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카더라’ 정보만 듣고 ‘공연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불공정하다’라는 인식이 먼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전체 시장 관점에서 통계적인 수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혜진 “외부의 부정적 인식과는 다르게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2차 티켓이 정가보다 비싸게 팔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2차 티켓 시장에선 정가와 비슷하거나 더 저렴하게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2차 티켓 거래가 하나의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 거래 플랫폼이 투자받아 기업공개(IPO)에 나서기도 한다. 일례로 미국의 2차 티켓 거래 플랫폼 스텁허브(StubHub)의 경우 기업 가치 30조원을 인정받아 올해 6월 상장할 예정이다. 최근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2차 티켓 거래 시장이 K콘텐츠가 한국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홍주 “충분히 가능하다. 일례로, 서울 강서구에 있는 LG아트센터의 금요일 오후 공연 티켓 판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 또한, 카드사 데이터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 특히 다수의 일본인 관광객이 K공연을 즐기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일본 관광객 중에는 서울에서 공연을 관람한 후 명동 등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해외 관광객이 K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러한 흐름을 감안하면, 향후 2차 티켓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할 만하다.”
한혜진 “실제로 한국에서 공연을 보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은 글로벌 티켓 거래 플랫폼에서 한국 공연 티켓을 구매한다. 티켓베이도 플랫폼 접속자 중 외국인이 30% 정도 된다.” 김주희 “2차 티켓의 가치를 생각할 필요도 있다. 모든 시장은 소비자가 있기에 존재한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사람이 그것을 다시 거래, 즉 2차 거래한다는 것은 그것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한다는 의미다. 한국에서 당근과 번개장터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이 활성화된 이유다. 특히 2차 티켓 거래 시장은 ‘타임 베이스드(time-based)’ 비즈니스 모델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보기 어려운 공연이나 경기는 소비자 수요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의 논의는 가격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규제 대상과 실제 비즈니스상 소비자가 받는 서비스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2차 티켓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며 잘 육성한다면, 결과적으로 2차 티켓 시장과 K콘텐츠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최근 정부에서 2차 티켓 양도와 재판매 전면 금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크로를 통한 부당 이득을 차단하고,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한 학계 평가는 어떤가.
윤혜선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하 윤혜선) “규제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볼 때, 2차 티켓 거래를 특별히 규제해야 할 명확한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티켓은 개인 선호와 취향에 따른 선택의 문제이며, 2차 거래에서 가격 상승이 발생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물론 소비자를 보호하고, 문화 향유 기회를 보장하며, 시장 질서를 유지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전면 금지 같은 과도한 규제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정보 공개 강화나 플랫폼 책임 강화 등 시장 친화적이면서도 소비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주희 “불공정한 사례를 막기 위해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매크로 악용처럼 명백한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의 궁극적 목적은 공정한 거래를 활성화하고, 2차 티켓 거래 전문 플랫폼의 혁신을 촉진하는 데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 부정적 사례만으로 ‘전면 규제’를 주장한다면, 결국 국내에서는 이 시장을 전혀 키우지 않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2차 티켓 거래를 전면 규제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이홍주 “2차 티켓 거래를 전면 금지하면, 이 시장이 더 음성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 매크로 악용이나 기타 부정 거래를 단속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지고,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소비자 권익 보호와 공연 산업 발전을 동시에 고려하려면, 무작정 금지보다는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김주희 “소비자 피해가 가장 우려된다. 해외 직구 또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례만 봐도 한국에서 토종 플랫폼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상태에서 해외 기업이 들어오면, 국내 기업이 상대하기 어렵다. 2차 티켓 거래 플랫폼도 이미 해외에서는 IPO에 나설 만큼 성장했으니, 이를 전면 규제하면 국내시장의 발전 기회를 스스로 막는 꼴이 된다. 결국 이 생태계를 어떻게 활성화할지를 논의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런 부작용이 우려되는 데도 정부에서 2차 티켓 거래를 전면 규제하려는 이유는.
윤혜선 “시장에 대한 이해와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규제를 서두르는 것이라고 본다. 규제를 효과적으로 설계하기 위해서는 시장 규모나 거래 데이터, 구체적인 사례 등이 충분히 축적돼야 하는데, 국내 2차 티켓시장은 아직 발전 단계에 있는 신흥 시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크로 악용이나 암표 판매, 사기 거래 같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전면 금지’라는 단순한 해결책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중시되는 ‘공정’과 ‘평등’이라는 가치가 경제 영역으로 과도하게 확장하는 현상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본래 정치·사회적 가치인 공정과 평등이 시장경제 영역에 무분별하게 적용되면서, 시장 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가격 형성도 ‘불공정’ 으로 규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입법자가 시장 메커니즘 개선보다는 규제 중심의 해결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주희 “동의한다. 현재 국내 2차 티켓 시장 규모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시장을 제대로 키우고 K콘텐츠를 해외로 널리 확산시키려면, 우선 2차 티켓 시장에 관한 기초 데이터부터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계와 업계에서는 정부가 2차 티켓 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나.
이홍주 “K콘텐츠를 소비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경험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2차 티켓 시장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건전한 2차 티켓 거래 환경을 마련하도록 힘써야 한다. 매크로 악용이나 사기 거래 같은 문제를 막을 제도적·기술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 동시에 2차 티켓 거래 플랫폼이 자율적으로 이 시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규제도 지나치게 경직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2차 티켓 시장이 불법이 아닌 합법적이고 공정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소비자 참여도 더 높아질 것이다.”
윤혜선 “티켓 재판매 문제는 눈에 띄는 몇몇 부작용을 규제하는 차원을 넘어, 2차 티켓 시장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최소한의 필요 규제로 시장 원리가 작동하도록 유도하되, 플랫폼의 책임과 정보 공개를 강화해 정보 비대칭이나 사기 위험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면 2차 티켓 전문 플랫폼에 자율 규제 장치를 마련하고, 정부는 가이드라인과 모니터링을 통해 이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발생하는 사기 문제는 디지털 교육이나 기술적 보안 강화 등의 수단으로 예방할수 있다. 디지털 취약 계층 보호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티켓 시장은 디지털 의존도가 높고 인증 절차와 거래 방식이 복잡해 디지털 취약 계층이 소외될 수 있다. 이 같은 정보 격차는 사기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디지털 포용성을 고려한 시장 설계가 필요하다. 매크로 등 기술 악용 수법이 계속 진화하는 상황에, 특정 거래만 엄격히 통제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가격을 무리하게 규제하기보다는 시장 친화적인 간접 규제를 통해 공연 문화와 시장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주희 “2차 티켓 거래에는 재산권 행사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구체적인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함께 살피면서 합리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이해관계자가 모여 데이터를 공유하고, 시장 규모와 소비자 행태를 면밀히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혜진 “2차 티켓 거래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정부가 2차 티켓 거래 플랫폼을 적극 육성해 서로 경쟁하도록 유도한다면, 수수료와 티켓 가격이 내려가 소비자 편익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가격을 직접 규제하기보다는 불법 기술 사용을 막고 취약 계층을 보호하며, 플랫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을 제안하고 싶다. 그렇게 하면 소비자가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고, 시장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다.”
Plus Point
학계와 업계에서는 정당한 2차 티켓 거래와 암표 거래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해 1월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정당한 2차 티켓 거래는 공식적이고 합법적이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티켓을 재판매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반면 암표 거래는 비공식적이고 불법적으로 티켓을 원가 이상으로 파는 행위라고 봤다.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정당한 2차 티켓 거래는 안전한 거래 시스템이 갖춰진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암표는 주로 길거리나 중고 거래 플랫폼 등에서 비공식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매크로를 악용하는 스캘핑의 경우 대량으로 티켓을 구매한 뒤, 이를 원가보다 높은 가격에 다시 판매하는 만큼 암표 거래의 일종으로 볼 수 있으며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SNS, 오프라인 암표상을 통해 거래된다.
현행법에서는 스캘핑을 포함해 암표 거래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으나, 정당한 2차 티켓 거래에 대해서는 입법적 대응이 미비하다는 게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