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기계 업계 양강인 대동(000490)과 TYM(002900)이 지난해 나란히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두 회사가 주 수출시장인 북미 시장에서 100마력 이하 트랙터 수요가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는 전체 매출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북미 시장 사수를 위해 보다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예고하고 있다. 점유율 목표치로 나란히 ‘10% 달성’을 내세우고 있다.
20일 두 회사의 2024년 실적을 종합해 보면, 대동은 지난해 매출 1조4128억원으로 전년보다 1.4%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65억원으로 75%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에서 영업외비용과 특별 이익을 제외한 최종 수익을 뜻하는 당기순이익의 경우 519억원 규모로 적자 전환했다.
18일 실적을 발표한 TYM 상황도 비슷했다. TYM은 2024년 매출이 7888억원으로 전년보다 5.7% 줄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765억원에서 153억원으로 80%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흑자는 유지했지만 186억원으로 전년(604억원)보다 70% 가까이 급감했다.
두 회사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상대적으로 국내 사업이 전체 매출을 방어한 가운데 북미 매출이 두 자릿수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건설·농업·산업용 장비제조업협회인 AEM에 따르면, 북미 시장에서 대동·TYM이 주력으로 하는 100마력 이하 중소형 트랙터 판매 대수는 2024년 약 20만대 수준으로 전년보다 13%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로 소규모 농장주의 ‘취미 농사’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하면서 판매대수가 30만대 안팎으로 정점을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더 크다.
영업이익이 대폭 쪼그라든 것은 그럼에도 주력 시장인 북미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프로모션을 확대하며 비용을 쓴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해상 운임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물류비가 증가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실제 두 회사는 북미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 역대 최대 점유율을 달성했다고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대동은 100마력 이하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8.7%를 달성했다고 최근 밝혔다. 1993년 북미 법인을 설립한 이래 최대 기록이라고도 했다. 같은 시장에서 TYM 역시 ‘9%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올렸다고 밝히고 있다.
대동과 TYM은 지난해 판매 대수에서 사실상 바닥을 찍은 만큼 올해부터는 5~10년 주기의 교체 수요 등에 힘입어 시장이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5년 북미 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공통적으로 목표치로 내건 이유다.
이를 위해 대동은 동부 중심이던 사업을 서부로까지 확대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주 텀워터에 신규 창고를 개설한다. 오는 4월 오픈 예정인 서부 창고는 2만9421㎡(8900평) 규모로, 트랙터 3200대를 보관할 수 있다. 연 2000대의 작업기를 조립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있다.
대동 관계자는 “동부는 과일 농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중소형 트랙터가 많이 쓰이지만, 중서부 쪽은 옥수수, 밀 최대 생산지로 중대형 트랙터 수요가 높다”면서 “관련 신제품 출시와 지역별 특화 프로모션을 진행해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TYM도 최근 북미 최대 농기계 전시회인 ‘NFMS 2025′에 참가해 2025년 신제품을 적극 알리는 등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8월 새로 개소한 TYM 노스이스트 캠퍼스를 통해 미국 북동부 지역 중심으로 매출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자체 브랜드 농기계 판매뿐만 아니라 타 브랜드 파트너십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현재 330개인 현지 딜러를 400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영업 활동에도 힘을 쏟는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북미 농기계 시장은 매년 4~5% 성장해 왔으나 코로나 시기 저금리로 돈이 돌고, 취미 농사 수요까지 늘면서 20~30%대 비정상적 성장세를 보여왔던 게 사실”이라면서 “2020년 구매자들의 농기계 교체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작년보다는 시장이 회복되지 않을까 기대가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 4.25~4.5%대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경제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올해도 수요가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면서 “20만대 선을 사수하며 판매 증가세로 돌아설지, 이마저 붕괴할지 바닥을 확인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