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부품 중 유일하게 디지털화하지 못한 영역이 바로 타이어입니다. 반프(BANF)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타이어 시장에서 디지털화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반프의 최건식 국내 사업총괄은 이렇게 말했다. 2020년 설립된 반프는 타이어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능형 타이어 시스템을 공급하는 회사다.
그간 자동차 타이어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은 타이어 공기압 감지 시스템(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TPMS) 정도였다. 최 총괄은 “타이어는 고속 회전체이기 때문에 센서를 부착하더라도 여기에 지속적으로 전원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기술적 난제가 있었다”고 했다.
반프는 무선 전력 송신 기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차량 바퀴 위에 있는 머드가드 안쪽에 송신 장치를 설치해 전력을 무선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타이어 내면에 부착된 센서가 1초에 100개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 모델링해 타이어 마모 상태, 휠 얼라이먼트(정렬), 차량 무게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차량 부품 중 타이어가 도로 노면에 닿는 유일한 접지면인 만큼 도로 노면 미끄럼 상태나 움푹 팬 구멍 등 파손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 서울경제진흥원(SBA)의 ‘제8회 서울혁신챌린지’를 통해 ‘타이어 데이터 기반 실시간 도로 상태 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 과제에도 뛰어든 상태다. 이를 통해 도로 상태를 실시간으로 ‘정상’ ‘주의’ ‘경고’ 3단계로 분류, 표출하는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이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반프는 이런 핵심 기술이 차량 중에서도 안전과 효율성을 특히 필요로 하는 트럭 운행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 총괄은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트럭 타이어가 빠져 차량뿐 아니라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는 뉴스를 볼 수 있다”며 “미국, 유럽 등에선 훨씬 많은 트럭이 운행되고 있어 사고 발생 건수도 많지만 현재로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했다.
이어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코스트코·DHL·페덱스(FedEx)·월마트 같은 회사가 트럭을 소유하고 운전사를 고용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차량 운영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트럭 사고 유형을 보면 60%는 운전자 과실이지만, 30%는 타이어 관련 문제로 발생한다. 1년에 10만㎞ 이상을 주행하는 트럭의 타이어는 열, 노면 상태 등으로 인해 쉽게 손상되며, 이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반프의 설루션은 타이어 마모, 휠 얼라이먼트 불량, 너트 헐거워짐 등을 사전에 감지해 사고를 예방하고, 연비 개선, 타이어 수명 연장 등 운영 효율성을 높인다.
최 총괄은 “타이어 축이 5개, 18개 타이어가 돌아가는 트럭은 중간에 휠 얼라인먼트가 어긋나더라도 그대로 밀고 나갈 수 있지만 연비는 15%까지 감소된다”고 했다.
최근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자율주행차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최 총괄은 “전기차는 배터리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무겁고 힘이 좋아 타이어 스트레스(부담)가 가중된다”며 “자율주행 역시 운전자 과실로 인한 사고는 줄겠지만, 타이어로 인한 사고는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타이어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란 게 반프의 예상이다.
반프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최대 타이어 제조사 굿이어와 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올 상반기 중에는 트럭 운영사 중 한 곳인 글로벌 대형 물류 기업과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 총괄은 “현재 매출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타이어 사고로 인한 안타까운 희생을 줄이고, 차량 운영 효율성을 높여 제로 탄소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