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팬덤 플랫폼 ‘베리즈’ 출시를 예고하면서 국내 팬덤 플랫폼 시장의 지각 변동이 전망되고 있다. 하이브(352820)의 ‘위버스’가 이끌고 있는 국내 팬덤 플랫폼 시장이 위버스, 카카오 2강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를 인수한 카카오(035720)는 현재 SM 자회사가 운영 중인 팬덤 플랫폼 ‘버블’과 올해 새롭게 선보일 베리즈 두 플랫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국내외 팬덤 플랫폼 시장을 본격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 역시 해외 유명 팝 가수의 위버스 활동을 이끌고 AI 기능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팬덤 플랫폼으로의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팬덤 플랫폼, K엔터 새 수익 모델

팬덤 플랫폼은 팬들이 K팝 가수의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다. 팬 모집·관리부터 공지, 자체 콘텐츠 유통, 굿즈 판매, 이벤트 예매, 팬과 아티스트간의 소통에 이르기까지 팬덤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

특히 국내 엔터사들이 소속 아티스트의 앨범, 공연 등을 기반으로 한 기존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아티스트의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의 성장을 꾀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K팝·드라마 등 K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팬덤 플랫폼을 통한 해외 진출 효과도 엔터 기업들이 팬덤 플랫폼 비즈니스 강화에 나선 배경이다. 앨범을 내고 해외에 직접 나가 공연하는 것만으로 성장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그 공간에서 팬이 아티스트의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실제로 하이브가 지난해 6월 이틀간 오프라인 현장과 플랫폼 위버스에서 동시에 진행한 음악 페스티벌 ‘위버스콘 페스티벌’은 약 2만2000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그중 1만8000여명이 온라인 생중계로 공연을 즐겼다.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

현재 국내 팬덤 플랫폼 시장은 하이브의 자회사 위버스컴퍼니의 위버스가 주도하고 있다. 2019년 출시된 위버스는 지난해 3분기 970만명의 월간활성사용자(MAU)를 기록했다. 약 2713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BTS를 필두로 세븐틴·엔하이픈·르세라핌 등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는 물론 블랙핑크 등 YG 소속 아티스트와 SM 소속 아티스트가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리아나 그란데, 두아 리파, 더 키드 라로이 등 해외 유명 팝 가수의 위버스 활동을 이끌었다. 그 결과 해외 사용자 접속 비중이 87%에 달한다. 매출은 2021년 2394억원에서 2023년 3379억원으로 41% 증가했다.

위버스는 현재 AI 기능 등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새 유료 멤버십 ‘디지털 멤버십’을 도입했고, AI 기술을 적용한 화질 개선 기능과 영어·일본어·중국어 등 13개 언어의 자동 생성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 팬덤 플랫폼 경쟁 가세

카카오도 팬덤 플랫폼 시장에 뛰어든다. 3일 엔터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엔터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팬덤 플랫폼 베리즈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내부 테스트 등을 진행 중이다.

업계는 카카오가 SM·스타쉽·이담·안테나 등 K팝 레이블은 물론 다양한 배우 기획사, 드라마 및 영화 제작사 등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엔터가 K팝을 넘어 웹툰·드라마·영화 등 넓은 범위의 ‘K컬처’를 아우르는 팬덤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카카오가 2023년 인수한 SM의 플랫폼 자회사 디어유(376300)가 운영 중인 팬덤 플랫폼 ‘버블’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버블이 핵심 기능인 아티스트와 팬의 1대 1 소통을 강화하고, 베리즈는 K컬처를 아우르는 팬덤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버블은 지난해 6월 일본, 10월 미국에서 각각 버블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디어유의 매출은 2021년 400억원에서 2023년 756억원으로 89% 성장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 팬덤 플랫폼 시장에서 하이브와 카카오의 대결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BTS를 앞세운 하이브의 위버스 1강에서 하이브, 카카오 2강 체제로의 변화가 예상된다”며 “카카오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나올지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하이브와 카카오의 팬덤 플랫폼 2강 재편이 K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두 플랫폼이 경쟁을 치열하게 할수록 더 좋은 서비스를 선보이고 더 많고 다양한 K팝·드라마 등이 해외 팬에게 전달돼 K콘텐츠 파워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고객을 끌어모으는 거대 플랫폼만이 살아남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정설도 무시할 수 없다”며 “하이브, 카카오의 두 팬덤 플랫폼 비즈니스가 비슷한 방향으로 간다면 한쪽은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