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영홈쇼핑이 약 30억원 규모의 사상 첫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당금은 올해 1분기 중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젖소(유우·乳牛) 불고기’를 1등급 한우로 판매해 지난해 중기부로부터 중징계까지 받았던 공영홈쇼핑이 대표이사가 부재한 상황에서 2023년 영업이익(31억원)과 맞먹는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영홈쇼핑은 2024년 적자 전환이 유력한 상황이다.

15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해 보면, 공영홈쇼핑은 최근 28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최종 협의했다.

그래픽=손민균

현재 공영홈쇼핑 최대주주는 지분 50%를 들고 있는 중기부 산하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옛 중소기업유통센터·이하 한유원)이고, 농협경제지주(45%),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5%)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배당 총액을 지분율에 따라 각각 배당금을 수령할 전망이다.

상법상 주식회사는 주주 배당이 가능하지만, 공영홈쇼핑은 2015년 공익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중소기업 상품과 우리 농·축·수산물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에 2015년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을 받을 때만 해도 ‘법인의 이익을 주주에 배당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조건에 담겼다.

2018년 재승인 과정에서도 ‘결손금을 완전히 해소하기 전까지 배당 금지’라는 조건이 걸렸다.

한유원을 중심으로 배당 요구가 시작된 것은 2023년 2월부터로 알려진다. 창립 이래 지속적으로 적자를 이어오던 공영홈쇼핑이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특수’로 사상 처음으로 200억원대 흑자를 기록하는 등 살림살이가 좋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공영홈쇼핑은 ‘마스크 대란’ 당시 홈쇼핑 업계에서 유일하게 마스크 공적 판매처로 지정되기도 했었다. 이를 계기로 회원 수를 크게 늘리고 존재감을 알릴 수 있었다.

다만 이때는 결손금이 해소되기 전이었던 만큼 과기부 승인 조건에 따라 배당이 나가지 못했다.

공영홈쇼핑은 2023년 4월 ‘결손금이 있는 경우 배당 금지’라는 다소 완화된 조건으로 다시 재승인을 받았고, 2023년 12월 정관 개정을 통해 배당 근거를 마련해 두었다.

공영홈쇼핑의 이익 기조가 지속되면서 2023년 기준 이익잉여금이 160억원대에 이르자 한유원은 2024년 2~3월쯤 다시 배당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배당 근거가 충족된 만큼 공영홈쇼핑은 주주 간 협의 등을 거쳐 최근 28억원 규모의 사상 첫 배당금 지급을 확정했다.

2020년 3월 서울 중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 구매를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공영홈쇼핑은 당시 홈쇼핑 업계에서 유일하게 공적 마스크 판매처로 존재감을 알렸다. /조선DB

업계에선 이를 두고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경쟁 심화와 홈쇼핑 업황 악화 속에서 공영홈쇼핑은 2024년 적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잉여금을 쌓자마자 이를 배당으로 지급하게 되면, 신규 투자 재원이 줄어들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협력사인 중소기업, 소상공인에게 돌아갈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 적자 기조로 돌아서면 현재 업계 최저 수준인 20%대의 수수료율을 상향할 가능성까지도 점쳐진다. 때 이른 배당 잔치로 고객에게까지 부담이 전가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주사로서도 당장은 배당 수익을 얻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영홈쇼핑의 사업이 축소되면 매출이 줄어들게 될 수 있다.

이들은 공영홈쇼핑을 통해 상품 공급을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한유원의 경우 현재 공영홈쇼핑 전체 취급액의 약 10%, 편성 시간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상품을 공급 중이다.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개국 초 주주사들과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로 적자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며 “주주사 요청으로 배당금 지급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한유원이 공영홈쇼핑 측에 일회성 배당을 요구하는 배경으로 ‘가짜 참기름’ 사건을 꼽기도 한다.

공영홈쇼핑은 한유원 중개로 2020년부터 충북 충주 소재 한 업체의 국산 참기름 24억원어치를 팔았다. 하지만 해당 업체가 중국·인도에서 수입한 참깨로 만든 참기름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 것이 뒤늦게 적발됐다.

공영홈쇼핑은 소비자에게 이를 환불 조치해야 했고, 구상권을 행사해 작년 말 전액을 한유원으로부터 받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같은 특수가 없는 한 홈쇼핑 업계가 침체로 이어지는 분위기인 만큼 한유원으로서는 올해가 아니면 참기름 파동 비용을 얼마라도 받아낼 기회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유원은 가짜 참기름 사건과 주주 배당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배당은 공영홈쇼핑 결손금 해소로 인한 이익 증가, 한유원의 공영홈쇼핑 설립 출자금의 이자 비용 부담 증가로 인한 요청”이라며 “이는 영업이익이 발생한 2023년에 대한 배당으로, 2024년에는 배당 요청에 대한 검토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