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습관은 집 정리가 필요한 고객과 정리 전문가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집을 정리하고, 여기에서 나온 버릴 짐은 중고품 판매·기부 등의 방식으로 처리한다.
정창은(40) 대표가 아내 이유나 최고운영책임자(COO)와 2023년 11월 회사를 공동 창업했다. 2022년 1월 개인사업으로 정리 서비스를 시작한 뒤, 2023년 1월 베타(시범) 서비스 출시, 그해 11월 정식 법인 설립으로 이어진 것이다. 상명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해상(001450)에서 IT 기획자로 일하던 정 대표는 정리 서비스를 이용해 본 뒤 시장 유망성을 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기간 장모가 이사를 했는데, 이사 업체에서 도와줘도 짐이 너저분하게 정리가 안 된 상태여서 서비스를 처음 이용하게 됐었다”며 “하루 8시간 안에 버려야 될 것들을 싹 정리하고, 집에서 생활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었다”고 했다.
그 길로 정 대표 부부는 지방자치단체가 발급하는 ‘정리수납전문가’라는 민간 자격증을 따고 공간 정리 컨설턴트에 뛰어들었다.
정 대표는 “공간 정리 컨설턴트라는 직업은 육아나 일 등으로 시간은 없는데, 택배량이 늘어나는 등 집에는 물건이 쌓이면서 생긴 것”이라면서 “전문가들은 우선 짐을 싹 꺼내는 것부터 시작해 이를 용도별로 분류, 고객들이 이를 이용하기 쉽게 정리한다”고 설명했다. ‘정리의 외주화’다. 정 대표는 전공을 살려 이를 시스템화하고 정리 매니저를 모집해 고객과 전문가를 매칭하는 플랫폼을 구상했다.
기존에 나와 있던 정리 서비스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짐 정리를 통해 공간이 어떻게 바뀔지 고객에게 3차원(3D) 디자인을 사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안방과 아이 방을 바꾸고 싶은데, 공간 컨설팅을 받고 싶다는 고객 의뢰가 들어왔을 경우 3D 디자인을 통해 가이드를 제공하고, 이에 따라 매니저가 현장 서비스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는 정리 희망 고객의 결제로 연결되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정 대표는 “전문가 1명이 4시간 동안 옷장을 정리하는 서비스가 8만원, 드레스룸이나 아이방, 주방 등 특정 공간 한곳을 2명이 6시간 동안 정리하는 서비스가 27만원 정도다. 집 전체로 하면 평수나 짐의 양에 따라 가격대가 다른데 100만원 이상 내야 할 수 있다”면서 “정리 후 모습을 알 수 없다면, 큰돈을 내기 망설여진다는 게 고객의 애로사항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전에 제공된 3D 디자인을 기반으로 가구 배치, 정리 등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떤 전문가가 투입되는가에 따라 서비스 품질이 달라지는 불만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정 대표는 밝혔다. 그는 “해당 디자인을 기반으로 정리 매니저에게 매뉴얼이 주어진다”면서 “매니저는 서비스 7~10일 전부터 매뉴얼을 기반으로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숙지하기 때문에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일회성 서비스 제공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유지 관리를 위한 정기 구독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정 대표는 “고객 한 사람이 1년 동안 8번 서비스를 이용한 사례가 있었다”며 “비싼 정리 서비스를 이용한 뒤 이를 유지하고픈 수요가 있다는 확인했기 때문에 1인 가구나 이벤트가 있을 때 한 번씩 공간을 정리하는 식의 상품 패키지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리습관에 따르면, 현재 고객 한 명당 평균 매출(ARPPU)은 45만원, 서비스 신청 횟수는 1.5회로 자녀가 있는 30~40대 여성이 주 소비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5% 성장했다.
현재 회사는 사업의 유망성을 인정받아 씨엔티테크·소풍벤처스·다날(064260)-코맥스(036690) 스마트테크투자조합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한 상태다. 빠른 성장을 위해 5억원 규모 시드브릿지 추가 투자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독 상품 출시뿐만 아니라 생성형 인공지능(AI)인 ‘AI 공간컨설팅’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정 대표는 “공간 컨설팅을 위해 현재 가족 수, 자녀 유무, 공간 목적, 가구, 소품 정보 등의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데 이런 역량을 쌓아 기술화할 수 있다면, 향후 AI가 공간 사진과 필수 정보를 기반으로 고객 의뢰를 받으면 상담부터 맞춤 공간 컨설팅, 홈케어, 스타일링 서비스 제안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매칭 데이터를 활용해 매니저 매칭 자동화 서비스, 기업용(B2B)·정부용(B2G) 서비스, 글로벌 서비스로도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정 대표는 “정리는 로봇과 AI가 당장 대체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면서 “앞으로 10년은 사람이 지속할 수 있는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회사인 만큼 빠른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