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배우 강해림이 영화 속 이야기와 향후 목표에 대해 전했다.
7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OSEN 사무실에서는 영화 ‘로비’의 배우 강해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 '로비'(감독 하정우, 제작 워크하우스 컴퍼니·필름모멘텀, 제공 미시간벤처캐피탈·위지윅스튜디오, 배급 쇼박스)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롤러코스터'로 연출 데뷔한 하정우 감독 도전 세 번째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날 강해림은 영화 개봉 소감에 관해 묻자, "주말 동안 무대인사를 열심히 다녔다. 하루에 17관씩 다니고 있다. 신기하고, 무대인사를 다니시는 분들이 정해져 있는 것 같더라. 계속 익숙한 분들을 뵙고 있다"라고 웃으며 "개봉하기 전에는 너무 무서웠고, 걱정도 됐다. 그런데 막상 개봉하고 나니까, 제 이름을 쳐서 영화와 관련된 기사들을 찾아봤다. 다들 기대 이상으로 좋게 봐주신 거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 크더라"라고 말했다.
또한 주변인들의 반응에 대해 "제 지인들도 연락이 많이 왔다. '유명한 배우분들이 나와서 봤는데, 네가 있어서 신기하더라'라고 하더라. 또 제가 4살 어린 여동생이 있는데, 동생의 친구들이 제가 배우인 줄을 몰랐는데 '너희 언니가 왜 저기 있어?'라고 했다더라. 원래 동생이 코미디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제가 나와서 봤는데 잘 봤다고 해주더라. 엄마도 취향에 맞으셨는지, 한참 동안 전화로 이야기를 해주시더라. 혼자도 보고, 교회분들과 함께 가서 관람도 했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로비'에서 슬럼프에 빠진 프로 골퍼 진프로 역으로 첫 스크린 데뷔에 나서게 된 강해림은 "부담감은 사실 없었던 게, 연기로 기술이 뛰어나게 보여드려야 하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극 중 정상적인 편에 속하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이상한 말들을 하는 아이는 아니어서"라고 너스레를 떨며 "(제 캐릭터는) 잔잔하게 영화 속에 존재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걸 하정우 감독님도 원하셨다"라고 설명했다.
출연 제안을 받고 영화에 합류하게 됐다는 강해림은 "제안을 받고 하정우 감독님을 처음 만나 뵀었다. 감독님이 생각했던 이미지랑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해 주셨던 거 같다"라고 떠올리며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너무 대사가 세밀하게 짜져있었다. 극 중 같이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드립을 날리지 않나. 저는 그 안에서 그냥 그런 에너지를 받고 반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제가 튀어 보여야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라고 떠올렸다.
첫 스크린 데뷔로 얻은 경험에 대해서도 전했다. 강해림은 "이건 감독님도 그렇고 많은 분이 말씀해 주신 점인데, (영화는) 너무나 합이 중요하고, 모든 스태프랑 다 가까워지고, 다 친하고. 다 함께 어울려서 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강하더라. 저는 워낙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내성적이다 보니 처음에는 힘들었다. 근데 나중에 보니까, 모든 스태프가 끝나고 회식하고, 모이는 걸 보면서 ‘이렇게 영화가 만들어지는구나’라는 걸 처음 배웠다"라고 전했다.
연출을 맡은 하정우는 물론, 김의성, 이동휘, 박병은, 강말금, 최시원, 차주영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강해림은 "신기했다. 대본에는 글로만 나와 있는 게 상황으로, 장면으로 나오고, 거기에 저도 모르게 빠져들어서. 가만히 있어도 해주시니까. 저는 정말 빠져들어서 리액션만 열심히 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진프로의 '광팬'인 최실장 역의 김의성과의 호흡도 회상했다. 그는 "의성 선배님은, 정말 현장에 안 나오시면 다들 너무 아쉬워할 정도로, 끔찍이 잘해주시는 분이다. 스태프들도 그렇고. 완전 까마득한 후배한테도 그렇고. 너무너무 좋으신 분이다. 그래서 욕하고 싫어야 하는데, 그런 마음이 잘 안들 정도였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골프장에서 선보인 일명 '구토신'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그때 진프로가 아침으로 선식을 먹지 않았나. 그것 때문에 토도 미숫가루랑 해서, 선식으로 만들었었다. 또 원래 설정이, 진프로가 그런 불편한 상황에서 토를 종종 하는 인물이었다. 삭제된 장면이지만, 정신과 상담받으면서 선생님이 진프로에게 ‘아직도 토하세요?’라고 하기도 했다"라며 비하인드를 전했다.
강해림이 준비하고 바라본 '진프로'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강해림은 "항상 진프로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만 살아온 인물이라는 설정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 이게 어떤 자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 진프로의 극 중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로 알고 있다. 캐릭터를 보며 사실 저도 공감이 많이 됐다. 많이 안쓰럽기도 하고. 그런 상황에 놓이면 어떤 누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겠나. 그래도 진프로가 충분히 잘 견디고 대처하고 나오지 않았나 싶다"라고 분석했다.
작품 밖, 강해림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연예계 입문 전, 2016년 미스코리아 부산-울산 진을 수상해 본선 진출, 최종 15인에 들기도 했던 강해림은 "미스코리아 대회도 사실 엄마가 너무 원하셔서 나갔던 거였다. 저는 너무나 쑥스럽고, 부끄럽고, 창피하고. 근데 엄마가 너무 원하셨었다. 저희 어머니가 연세가 있으시다. 어머니 세대 때는 미스코리아가 큰 대회라. 효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나갔었다"라며 "미스코리아를 할 때만 해도 배우의 꿈은 없었고, 제가 음대를 준비하면서 피아노를 계속 쳤었다. 피아노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마침 피아노 전공이셔서 어머니께 배웠었다. 하지만 미래에도 피아노를 치고 싶진 않았고, 대학까지 가서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침, 피아노를 그만두게 되면서, 연기를 배울 기회가 생겼다. 한번 해볼까? 도전해 볼까? 하고 시작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강해림은 웹드라마 ‘아이돌 권한대행’으로 데뷔, KBS 예능 ‘연애의 참견’에서 재연 배우로 출연하며 연기력을 다졌고, 이후 배우 김고은을 발굴해 낸 '은교' 정지우 감독의 빛나는 안목을 통해 넷플릭스 드라마 ‘썸바디’에서 무려 600:1의 경쟁력을 뚫고 캐스팅됐다. 극중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개발자 ‘김섬’ 역을 맡아 여러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남겼지만, 2022년 '썸바디' 이후 의도치 않은 약 3년간에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이와 관련해 "'로비'는 '썸바디'가 나오자마자 촬영했던 작품이다. 그러고 나서 원래 준비했던 드라마도 안 하게 됐고. 그다음 연도에도 쉬었다. 진짜 기억 나는 건, '썸바디'가 끝나고 작품 제안을 꽤 많이 받았는데, 당시 회사에서 원하는 것도 있었고. 선택을 쉽게 하지 못했던 거 같다. 그렇게 많이 작품을 포기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업계 상황도 어려워지고, 일도 없어지면서 쉬게 되었다. 맨날 집에서 놀고, 핸드폰하고. 그냥 살다가, 작년에 독립영화를 촬영했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지났다"라고 돌아봤다.
어느새 데뷔 8년 차, 1996년생으로 올해 30대에 들어서기도 한 강해림은 "전 사실 서른이 되며 긍정적으로 좀 바뀐 편인 거 같다. 20대 후반에는 서른이 되는 게 너무 싫었고, 안됐으면 좋겠는데, 서른이 되니까 오히려 그런 생각들은 없어지고. 예전에는 뭔가를 해내고 싶고, 이루고 싶고, 욕심만 가득했는데, 원하는 것들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도. 편하게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30대는 휙 지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예전만큼 욕심이 없어지고, 마음이 편해지고, 앞에 놓인 길을 걸어가고 싶다"라며 "지금 계속 연기 공부는 하고 있는데, '로비'에 나온 다른 선배님들처럼, 기술적으로 액팅하는 걸 계속 훈련하려고 한다.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저랑 너무 닮지 않는 캐릭터를 만들면 힘들 수도 있지 않나. 그럴 때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훈련해서 액팅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며 고민을 전하기도 했다.
향후 포부에 대해서도 전했다. 차기작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강해림은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에 대해 "진프로는 그래도 우울한 면이 많은 편이지 않았나. 접대 골프에 나갔다가 토하고, 험한 꼴을 당했으니까. 다음에는 많이 해피해피한 역할들을 해보고 싶다. 캠퍼스물도 좋은 거 같다. 학교 다니는 로맨스도 좀 하고. 평소에 운동을 즐겨하는 편이라, 액션물도 좋다. 호러물도 평소에도 워낙 좋아해서, 이런 장르라면 우울한 캐릭터도 좋을 것 같다"라고 웃었다.
끝으로 강해림은 자신만의 매력에 대해 "하정우 감독님도 말씀해 주신 게, 저는 기술적이나 연기적인 액팅이 뛰어나기보단, 본연의 모습 그대로 이입해서 끌고 가는 힘이 있는 거 같다고 칭찬해 주시더라. 저 역시도 그게 제 장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함께 영화했던 강말금 선배님 보며 느낀 게, 여러 가지의, 너무나 다른 상황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하지 않았나. 마치 본인의 것처럼, 정말 어디엔가 살고 있는 사람인 거처럼 표현하는 게 너무 좋다고 생각해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저런 사람이 어디에 있을 거 같다, 는 느낌을 들게 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라며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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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유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