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의 사망 원인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알려진 가운데 고인이 2년 전 유튜브 개인 채널에 게재한 영상들에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고 요오안나는 유튜브 개인채널 ‘Yoanna요안나’를 통해 4년 전부터 꾸준히 브이로그를 공유했다. 서울예술대학교 재학 중인 시절부터 회사를 다니며 학교생활을 하는 등의 일상을 공개했다. 그리고 2년 전에는 MBC 기상캐스터에 합격한 감격의 순간도 촬영해 보여줬다.
해당 영상에서 고인은 방송쪽 일을 하고 싶어 준비해왔고 MBC 기상캐스터 공채모집을 시작해 지원, 서류 심사에 통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전기를 남겨보고자 녹화를 하고 있다. 서류 통과를 처음 해봐서 신기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할 텐데 여러모로 자질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서 최대한 노력을 해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겠죠?”라며 걱정했다.
카메라 테스트 후 “부족한 점이 정말 정말 많았겠지만 일단 첫 경험이고 하니까 열심히 일주일 준비한 것 자체에 의의를 두고 있다. 긴장하니까 나올 것도 안 나오더라”라고 했지만 2차 카메라 테스트에 합격했고 3차 면접만이 남은 상태였다. 드디어 최종 합격한 고인은 “말이 되나”라며 믿기지 않아 했다.
이후 고 오요안나는 엄마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고 모녀가 눈물을 쏟으며 기뻐했다. 그러면서 “내가 중요한 일이 생기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가족들 모르게 한다. 과정의 고통을 함께하고 싶지 않아서다”라고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엿볼 수 있었다. 한 달 뒤 고인이 방송에 출연해 기상뉴스를 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또한 새벽 뉴스에 라디오 스케줄, 그리고 주말까지 이어지는 스케줄 등 바쁘게 일상을 살아가는 영상도 꾸준히 올렸는데, 2년 전 영상이 마지막이었다.
고 오요안나는 기상캐스터가 돼 즐겁게 일하는 기쁨은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고 요오안나의 비보가 전해진 것. 오요안나의 비보는 지난해 12월 10일에야 알려졌다. 고인이 사망한 지 3개월 만에야 알려졌다. 이와 관련 당시 MBC 관계자는 OSEN에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씨가 지난 9월 세상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지난 27일 매일신문은 비밀번호가 풀린 오요안나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 총 2750자의 유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서에는 특정 기상캐스터 2명에게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받은 내용이 담겼다. 2021년 5월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가 된 오요안나는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의 대상이 됐다. 먼저 입사한 동료 기상캐스터는 오보를 내고 오요안나에게 뒤집어 씌우는가 하면 또 다른 동료는 틀린 기상 정보를 정정 요청하면 ‘후배가 감히 선배에게 지적한다’는 취지의 비난을 했다는 내용이라 보는 이에게 충격을 안겼다.
또한 오요안나가 2022년 10월 ‘유퀴즈온더블럭’ 섭외 요청을 받자 ‘너 뭐하는 거야’, ‘네가 유퀴즈 나가서 무슨 말 할 수 있어?’라는 말을 하기도 했고, 이 외에도 실력 등을 이유로 오요안나를 비난해 온 메시지와 음성이 다량 발견됐다.
특히 매일신문은 주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 A씨는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 연락에도 답하지 않았고,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 B씨는 ‘우리 모두 힘든데 이렇게 전화를 하시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조금 그렇다.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MBC에 연락하라’고 덧붙였다.
고 오요안나의 사인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알려진 가운데 많은 누리꾼이 고인의 유튜브 개인채널을 찾아가 추모와 함께 분노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한 딸을 괴롭힌 사람들 꼭 경찰수사 받고 처벌받길”, “어머니 얼마나 가슴 아프실까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렇게 아까운 인재가 너무 안타깝다”, “MBC 기상캐스터 합격했는데 그곳이 지옥이었다니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해자는 꼭 벌을 받길”, “이렇게 빛나던 분을”, “하늘에서는 평온하고 행복만 하길”, “진실이 꼭 밝혀지길”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MBC 측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 인사상담실, 감사국 클린센터)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라며 “고인이 당시 회사에 공식적으로 고충(직장 내 괴롭힘 등)을 신고했거나, 신고가 아니더라도 책임있는 관리자들에게 피해사실을 조금이라도 알렸다면 회사는 당연히 응당한 조사를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MBC는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엄하게 처리하고 있으며, 프리랜서는 물론 출연진의 신고가 접수됐거나 상담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도 지체없이 조사에 착수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kangsj@osen.co.kr
[사진] 고 오요안나
[OSEN=강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