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잔류농약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회수한 중국산 영지버섯./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3월 31일 오후 3시 1분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중국산 영지버섯에서 농약 성분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수입자는 수입신고 전에 15개 항목의 잔류농약 검사를 통해 안전성을 입증해야만 영지버섯을 국내로 반입할 수 있게 된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이날부터 중국에서 수입되는 영지버섯에 대해 ‘검사명령제’를 실시한다. 검사명령은 유해 물질이 검출되거나 부적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수입식품에 대해 지정된 시험·검사기관에서 수입자가 정밀검사를 받은 후 수입신고를 허용하는 제도다.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에 근거해 시행되며, 수입자는 검사기관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시험성적서를 수입신고 시 관할 지방 식약청에 제출해야 한다.

식약처가 중국산 영지버섯에 검사명령을 내리는 이유는 인체에 치명적인 농약 성분 검출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탓이다. 중국산 영지버섯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된 것은 최근 6개월간 3건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아세토클로르가 기준치(0.01㎎/㎏)의 2배가 검출됐고, 12월에는 이프로디온과 프로클로라즈가 기준치(0.01㎎/㎏)의 3배가 검출돼 통관 단계에서 폐기 조처됐다.

지난 28일에는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에서 잔류농약이 초과 검출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천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간 정기 검사 진행 차원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들을 수거, 검사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고 했다.

조사 결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정보무역이 2020년 생산된 중국산 영지버섯 8492㎏을 수입해 대흥물산(서울 동대문구), 동광종합물산(서울 동대문구) 등에 소분 판매한 제품에서 말라티온, 디클로르보스 등의 농약 성분이 기준치(0.01㎎/㎏) 대비 최대 1000배 이상 검출됐다. 대흥물산이 판매한 제품에서는 말라티온이 12.83㎎/㎏, 동광종합물산이 판매한 제품에서는 말라티온 1.98㎎/㎏, 디클로르보스 0.81㎎/㎏이 확인됐다.

영지버섯은 불로초 또는 만년 버섯이라고도 불리며 주로 한약 재료로 사용된다. 항암, 항염, 항당뇨, 항균, 항산화 등의 효능을 갖춰 다양한 질병 치료를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전통 의학서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도 영지버섯은 중요 약재로 다뤄진다.

영지버섯은 국내에서도 전남 장흥, 전북 임실, 경기 여주 등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생산량이 많지 않다. 재배 방식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재배 방식은 참나무 원목에 구멍을 뚫어 종균을 접종하는 것으로, 품질은 우수하지만 버섯 발생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한 온도(25~32℃)와 습도(65~70%)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대량 생산이 쉽지 않은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산 영지버섯에 대한 국내 수요가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중국산 영지버섯 수입량은 157톤에 달한다.

이날부터 중국산 영지버섯을 수입하려면 말라티온, 사이퍼메트린, 사이할로트린, 아세타미프리드, 아세토클로르, 이미다클로포프리드, 이프로디온, 카벤다짐, 클로르페나피르, 클로르피리포스, 트리아조포스, 트리폴록시스트로빈, 펜프로파트린, 포레이트, 프로클로라즈 등 총 15종의 농약에 대한 검사를 완료해야 한다.

수입식품에 대한 검사명령 제도는 2012년부터 시행됐다. 현재까지 27개국 40품목에 적용됐다. 검사명령 시행 기간 동안 부적합 이력이 없는 22개 품목에 대해서는 검사명령이 해제됐다. 현재 천연향신료, 능이버섯 등 18개 품목이 검사명령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이번 중국산 영지버섯까지 추가되면 총 19개 품목이 검사명령 대상으로 관리된다.

식약처는 “중국산 영지버섯에 대한 통관검사 결과 잔류농약 부적합이 반복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수입자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해 수입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사명령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안전한 수입식품이 공급·유통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부적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위해 우려가 있는 식품을 중심으로 안전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