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면서 시계와 주얼리(보석)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5월 웨딩 시즌 대목을 앞두고 국내외 브랜드들은 서둘러 가격을 올리는 모양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포멜라토(Pomellato)는 4월 1일부터 국내에서 판매하는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다. 포멜라토는 가수 지드래곤이 작년 10월에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1000만원대의 ‘이코니카’ 반지를 끼고 나와 더 유명해진 브랜드다. 최근 들어서는 결혼반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포멜라토가 가격을 올릴 구체적인 품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부 제품 가격이 4~8% 인상된다. 최대 10% 인상되는 제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멜라토는 가격 인상을 앞두고 지난 18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누도 컬렉션’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고 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메가(OMEGA)도 4월 1일부터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 제품 가격을 3% 인상한다. 주력인 시계뿐만 아니라 액세서리류도 함께 인상한다. LVMH 그룹의 불가리(BVLGARI)도 4월 14일부터 시계 품목 가격을 평균 8% 인상한다.
까르띠에(Cartier)는 밸런타인 데이인 2월 14일을 앞두고 지난 2월 4일부터 국내 판매 일부 제품 가격을 6%가량 인상했다. 작년 11월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가격을 올린 것이다. 시계 품목 중 탱크 머스트는 스몰사이즈 469만원에서 499만원으로 6.4% 올렸고, 주얼리 중에서는 러브링을 179만원에서 190만원으로 6.1% 인상했다.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도 지난 1월 인기 모델 ‘빈티지 알함브라 펜던트’ 가격을 4% 인상했다. 티파니(Tiffany&co)는 작년 1월과 10월에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지난달 제품 가격을 5%가량 또 올렸다. 다미아니(Damiani)도 지난달 국내 판매 제품 가격을 8~10% 인상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신년마다 가격 인상을 해왔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가격이 가격 최대 10%까지 오르는 것은 인상 폭이 이례적으로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에 더해 금값이 지속해서 치솟고 있는 탓이다. 주얼리와 시계에도 금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국제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금 현물 가격은 한 때 온스당 3056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금값은 올해 들어 최고가를 17번이나 경신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작년 초부터 올해까지 1년간 금 가격은 40%가량 뛰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금 가격이 온스당 33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 수요가 예상보다 크고,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투자도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중앙은행의 금 매입 규모 확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보인다는 것이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국내 브랜드도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세정그룹의 디디에두보는 작년 말 9% 수준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제이에스티나는 지난 1월 14K 골드 소재를 사용하는 주얼리 제품 가격을 10~15% 인상했다. 이랜드의 주얼리 브랜드 로이드도 지난 5일부터 로프 여성 반지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골든듀는 지난 17일부터 가격을 인상했다. 작년 8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얼리 브랜드들은 명품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성비를 앞세워 판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소비자 이탈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대외 환경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