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방안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저속노화는 신체 노화 속도를 늦추며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노화 관리법에는 하루 1~2잔의 적절한 커피 섭취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나친 카페인 섭취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에 디카페인 커피와 함께 ‘대체 커피’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체 커피는 원두를 사용하지 않고도 커피와 유사한 맛을 내는 음료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커피 원두 생산량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수년 전 등장했지만, 최근 저속노화 열풍이 불면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아토모 커피의 로스팅된 대체 커피 재료. /아토모 커피 제공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작년 10월 서울 종로구에 대체 커피 전문 카페가 처음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 카페는 커피 원두 없이 12가지 이상의 천연 재료를 활용해 아메리카노, 라떼 등의 커피 맛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매장에는 일반적인 에스프레소 기계 대신 탭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부스터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카페인 효과를 원하는 고객은 비타민 믹스 기반의 ‘대체 카페인’을, 숙면을 원하는 고객은 ‘슬립 부스터’를 음료에 넣는 식입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하루에 2~3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커피와 유사한 맛을 즐기면서도 카페인이 없어 만족스럽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가격은 아메리카노 기준 4500원으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4800원)보다 약간 저렴한 수준입니다.

대체 커피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처음 등장했습니다.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아토모’와 ‘MUD/WTR’ 등이 대표적입니다. 2019년 시애틀에 설립된 아토모는 농장에서 재배되는 슈퍼 푸드와 업사이클 식품에서 커피 화합물을 추출한 ‘분자 커피’를 개발했습니다.

대추 씨, 치커리 뿌리, 포도 껍질, 해바라기씨 겉껍질, 수박씨 등 식품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해 커피 분자로 구조를 재현한 것입니다. 콜드브루, 곡물 라떼 등 다양한 종류의 대체 커피를 개발했고, 현재 미국 내 70곳 이상의 커피숍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MUD/WTR’은 유기농 카카오, 마살라 차이, 차가버섯, 강황, 시나몬 등을 이용해 대체 커피를 개발했습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MUD/WTR은 지난 2022년 매출 기준 가장 빠르게 성장한 미국 소비재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2020~2022년 3년 동안 매출이 1만430% 증가했다고 합니다. 3년 동안 매출이 100배 증가한 것이죠. 이 외에도 버섯 커피로 알려진 ‘라이즈(RYZE)’, 허브를 주재료로 한 ‘티치노(Teeccino)’, 보리를 주재료로 한 ‘페로(pero)’ 등 다양한 대체 커피 브랜드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촌진흥청 직원들이 커피 맛은 유지하면서 카페인 함량을 90% 이상 줄인 '보리 커피'를 선보였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대체 커피는 보리 커피를 중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농촌진흥청은 검정 보리와 커피 원두 등을 섞어 보리 커피를 개발하기도 했으나, 커피보다 보리 맛이 강하다는 평가에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커피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면서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대체 커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커피 원두는 재배와 수확 과정에서 남아 있는 농약이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카페인으로 인한 이뇨 작용은 체내 수분 불균형 등의 문제를 가져올 수 있지만, 대체 커피는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기후 변화로 커피 원두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체 커피는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주요 커피 원두 생산지인 브라질, 베트남 등에서 극심한 가뭄과 병충해, 태풍이 겹치며 생산량이 줄어들었습니다. 원두 가격은 파운드당 4달러를 넘어서는 등 1977년 브라질 대냉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50년까지 커피 원두를 생산하는 중남미 국가들, 동남아시아, 인도 등에서 재배지가 절반 가까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27억 달러(약 3조5000억원) 수준인 대체 커피 시장은 2030년까지 53억 달러(약 6조8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평균 성장률은 8.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대체 커피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업계 관계자는 “대체 커피는 건강 문제뿐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면서도 “대체 커피가 기존의 거대한 커피 원두 시장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진짜 커피는 한 공간을 가득 채울 정도로 풍부한 향을 내고 소비자들의 감성을 채우는데, 대체 커피가 이런 부분까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는 아직은 어렵다는 것입니다.

저속노화 붐에 올라탄 대체 커피가 소비 패턴의 변화와 산업 구조의 재편을 이끌 거대한 트렌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