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만찬에 등장하는 건배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외교적 메시지의 총화다. 우호와 친선의 의미를 표하는 것은 물론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전달하기도 한다.

2019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회 국제수입박람회에 맞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찬을 가졌다. 이때 만찬 건배주로 선택된 것이 부르고뉴 지역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자인 루이 라뚜르(Louis Latour)의 ‘샤또 꼬똥 그랑시 그랑크뤼(Chateau Corton Grancey Grand Cru)’였다.

당시는 미중 무역갈등이 발발하고 1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중국은 국제수입박람회를 세력 과시의 장이자 위기 돌파구로 활용하고 있었다. 특히 중국은 서방 주요국 중에서 프랑스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자 공들이던 시기여서 마크롱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이목을 끌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만찬 건배주로 오른 루이 라뚜르의 와인은 브랜드의 명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프랑스 와인의 우수성을 국제 무대에서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 국빈방문 후 150억달러 규모의 ‘선물 보따리’를 받기도 했다. 중국의 에어버스사 항공기 구매 약속, 양국 간 항공기 엔진 개발 협력, 농업 분야의 전방위적인 협력 강화 등을 약속받은 것이다.

브루노 페팡(Bruno Pepin) 루이라뚜르 세일즈·마케팅 디렉터./아영F&B 제공

◇ 200년 전통의 부르고뉴 대표 와이너리

루이 라뚜르는 부르고뉴 지역의 대표 와인으로, 국내에서는 아영 FBC가 주로 수입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에 있는 레스토랑 ‘모와’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브루노 페팡(Bruno Pepin) 루이 라뚜르 세일즈·마케팅 디렉터는 “루이 라뚜르는 엔트리급 와인부터 그랑크뤼까지 84개 등급의 와인을 모두 생산하고 있고, 종류만 100여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1797년에 설립된 루이 라뚜르 와이너리는 11대에 걸쳐 200년 이상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꼬똥 언덕에 있는 그랑 크뤼 포도밭의 최대 소유자로, 부르고뉴 와인의 전통과 품질을 대표하는 생산자로 알려져 있다.

부르고뉴 지역은 여름철(7~8월)은 비교적 따뜻하지만 지나치게 덥지 않아 포도가 천천히 균형 있게 익을 수 있다. 겨울(12월)은 평균 기온이 영하 13°C까지 떨어지며 눈이 내리기도 하는데, 추운 겨울은 포도나무가 휴면기에 접어들어 다음 해 건강한 성장을 준비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러한 기후적 조건은 샤르도네(Chardonnay)와 피노누아(Pinot Noir) 품종이 최적의 숙성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 일조량이 적당해 포도 속 산도와 향이 풍부하게 유지되고, 부르고뉴 와인 특유의 우아한 구조감과 복합적인 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왼쪽부터)샤블리, 알록스 꼬똥, 샤또 꼬똥 그랑시, 피노누아, 뿌이퓌세./아영F&B 제공

◇ 균형감·우아함이 매력적인 부르고뉴 와인

이날 간담회에서는 화이트 와인인 샤블리 2023, 뿌이퓌세 2020, 레드 와인으로 피노누아 2020, 알록스 꼬똥 2022, 샤또 꼬똥 그랑시 그랑크뤼 2017을 시음할 수 있었다.

샤블리는 아이돌그룹 블랙핑크 멤버인 제니가 즐겨 마시는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샤블리 지역에 있는 와이너리를 직접 방문한 것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올리기도 했다.

샤블리와 뿌이퓌세 모두 샤르도네 품종으로 만들지만 두 지역의 토양이 특성이 달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샤블리는 미네랄한 향과 상쾌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뿌이퓌세는 크리미하고 풍부한 과일 향을 지닌다.

페팡 디렉터는 “샤블리 지역은 부르고뉴 지역 북쪽 끝, 뿌이퓌세 지역은 남쪽 끝에 있다”며 “샤블리는 석회질 토양을 지니고 있어 신선하고 섬세한 느낌의 와인을 만들 수 있고, 뿌이퓌세는 석회석과 무기질 점토가 결합된 독특한 토양인데 이 지역에서 만들어진 와인은 보다 풍부한 느낌을 준다”고 했다. 포도 수확 시기는 1주일 가량 차이난다는게 페팡 디렉터의 설명이다.

피노누아 2020은 합리적인 가격의 입문용 와인으로 꼽힌다. 산뜻한 과일 아로마, 부드러운 탄닌의 밸런스를 갖췄다.알록스 꼬똥 2022는 잘 익은 체리 향, 풍부한 감초 향이 특징이다. 페팡 디렉터는 “알록스 꼬똥 지역은 루이 라뚜르가 시작된 곳이어서 더욱 애착이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샤또 꼬똥 그랑시 그랑크뤼 2017은 딸기, 꽃 등의 다채로운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루이 라뚜르는 아데쉬, 샤블리, 보졸레 지역 등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부르고뉴 와인의 범위를 넓히는 데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통적인 프렌치 오크 배럴을 직접 생산해서 사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유명한 와이너리들이 루이 라뚜르의 오크통을 구입해가고는 한다.

페팡 디렉터는 “루이 라뚜르 와인은 럭셔리한 음식, 프랑스 음식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각국의 어느 음식과 매칭해도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며 “소비자들이 고정관념을 버리고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