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부터 배스킨라빈스의 통신사 할인 정책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가맹사업 본사인 비알코리아와 배스킨라빈스 점주 간 할인 행사 분담 비율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다. 비알코리아와 배스킨라빈스 점주는 할인 행사를 할 때 할인 가액의 절반씩 부담하고 있는데, 점주 측은 본사의 부담률을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통신사 할인은 배스킨라빈스 매출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큰 행사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배스킨라빈스의 가장 큰 할인행사인 통신사(SKT·KT·LG유플러스) 할인 정책이 반쪽으로 쪼그라들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말까지는 국내 3대 통신사 가입 고객이라면 누구나 모든 배스킨라빈스 점포에서 할인 혜택을 받아 아이스크림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할인 혜택이 사라지거나, 일부 점포만 할인행사를 하기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당장 SK텔레콤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최대 50% 할인(싱글레귤러 기준) 또는 적립 정책은 실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12월 점주들을 상대로 한 할인 행사 동의 설문조사에서 동의율이 70%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2월부터 실시할 행사에 대한 설문조사는 오는 17일까지 진행된다. 동의율이 또 70%를 넘지 못하면 SK텔레콤과 배스킨라빈스의 협약은 이대로 종료된다. 올 한 해 상시 할인행사는 진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KT와 LG유플러스 할인행사는 이미 점포마다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할인 혜택을 받고 싶다면 소비자는 할인 행사에 참여하는 점포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방문해야 한다.
지금까지 배스킨라빈스는 KT의 VVIP 등급 소비자에게 파인트 상품을 50% 상시 할인해 줬다. 또 한 달에 한 번꼴로 KT의 VVIP 등급 소비자에게 1만6000원 상당의 블록 팩 4개를 무료로 증정했다. LG유플러스의 VVIP·VIP 등급 소비자는 싱글킹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지난해 계속된 비알코리아와 점주 간 갈등이 매듭 지어지지 않고 더 깊어진 데 따른 것이다. 배스킨라빈스 점주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할인행사에서 본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줄 것을 요구해왔다. 할인 행사가 지나치게 잦다는 점, 할인 행사 때문에 매출이 늘어도 수익이 제자리를 맴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본사 부담률을 높여줬던 사례가 있었던 것도 영향을 줬다.
한 배스킨라빈스 점주는 “코로나19기간보다도 오히려 더 매출이 줄었다”면서 “그런데 할인행사는 사실상 연중 내내 계속되고 있어서 ‘허수 매출’이 늘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본부에서 할인 행사 분담 비율을 높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알코리아는 분담 비율 확대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비알코리아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엔 특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본부에서 양보한 측면이 있지만 이제 더는 어렵다”고 했다.
양측 입장은 접점을 찾지 못했다. 본부 측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자 점주들은 결국 연중 가장 큰 행사인 통신사 할인 행사를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할인행사로 매출이 좀 줄더라도 할인 행사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자 본부 입장에서도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점주들의 매출이 감소하면 본부 실적도 좋아질 수 없어서다. 원래는 작년 12월 말까지 할인 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방향을 정했어야 하는데 올 들어 다시 할인 행사에 대해 의견을 묻고 동의 점포만 할인에 참여하도록 방향을 튼 이유다.
가맹사업법 제12조6항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판촉행사를 할 때 가맹점의 70%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여기에 미치지 못하면 판촉에 동의한 가맹점만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
비알코리아 관계자는 “점포마다 할인 행사 참여가 다르면 소비자 불편이 통신사 불만 접수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원래는 동의율 70% 이상이 나오면 할인행사에 전부 참여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통신사 할인을 아예 포기할 수 없어 고육지책으로 방향을 약간 수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소비자 불편이 없도록 본사와 가맹점이 다양한 방법을 함께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